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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2022년 09월 24일 (토) 16:03:43 김태복 목사 www.cry.or.kr
(서울노회 은퇴목사회 설교)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시23:4)
 
오늘 본문 시23편은 우리 기독교인들이 가장 즐겨 읽고 암송하는 성경입니다. 그런데 어느 신자는 시23편 중에서 가장 즐겨하는 부분은 1절부터 3절까지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잔잔한 물 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느도다”입니다. 4절부터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이해도 잘못합니다. 그런 신자는 아직도 어린애 신앙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린아이들은 엄마가 주는 음식과 장난감 등 언제나 엄마의 치마폭에서만 빙빙돕니다. 조금만 엄마가 보이지 않아도 겁을 내고 웁니다. 철저히 자기중심입니다. 처음 교회에 나온 어린 신자들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푸른 초장, 잔잔한 물가에서만 복을 누리며 살기를 원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다만 자기의 보호자요, 자기에게 복을 주시는 신(神)에 불과합니다. 자기 중심, 기복주의 주변만 맴돕니다.
 
그러다가 조금만 시련이 와도 ‘믿니, 안 믿니’하면서 신앙이 흔들립니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려면 엄마의 품을 벗어나 소년기를 거쳐서 사춘기, 청년기 등 수많은 시련의 강을 건너고 골짜기를 지나야 합니다. 우리 신자들도 신앙이 성장하려면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에만 머물지 않고 때로 물과 풀이 없는 광야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면서 원수 마귀와의 싸움도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만이 우리를 안위하시는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를 체험할 수 있고 원수 마귀 앞에서 승리의 상과 기름을 베푸시는 것을 체험함으로 신앙이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 시편의 저자인 다윗은 청소년기 때 얼마나 신나는 일이 많았습니까? 하나님께 기도만 하면 척척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목동 시절, 양을 해치려는 곰과 사자와 싸워 이겼습니다. 골리앗이라는 천하 무적을 물맷돌로 쓰려뜨렸습니다.
 
그 결과 하루 아침에 왕의 사위가 되었습니다. 정말 남자 신데렐라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왕의 사위가 된 후 시련의 날들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백성으로부터 다윗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삼상18장에 보면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라고 공공연히 노래 불렀습니다. 사울왕은 얼마나 시기가 나는지 나중에는 다윗에게 창을 던져 살해하려고까지 했습니다.
 
그때부터 다윗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쫓겨 다니는 도망자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 시련의 날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 만나와 메추라기, 반석에서 생수가 터지는 기적을 체험한 것처럼 다윗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하나님이 친히 지팡이와 막대기로 안위하시고 원수 앞에 상과 기름을 베푸시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시23편 중 4절을 본문으로 택한 이유는 제가 최근에 만난 체험을 간증하고저 함입니다. 저의 집사람이 지난 3월 아산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음으로 온 식구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암이 한쪽 폐에만 퍼져 있고 다른 장기에는 전이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나 폐암에 기적의 주사약이라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라는 약이 나왔는데 미국의 카터 대통령의 암을 고친 약입니다.
 
그런데 한번 주사 맞는데 수백만 원을 내야 하는 고가약입니다. 일반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그런데 집사람이 3월 1일에 입원했는데 3월 4일부터 건강보험에 혜택을 받아 한 번에 20여만 원 내면 맞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그렇게 21일마다 한 번씩 맞는데 희망을 가지고 5번째 맞았습니다. 그런데 난데없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폐암에서 제일 조심할 것은 폐렴이라고 하는데 7월 7일 아침 집사람이 갑자기 혼수상태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놀라서 119를 불러서 아산병원 응급실로 왔더니 폐렴이라는 진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중환자실로 갈 때까지 전혀 의식이 없습니다. 그 때 세상을 떠나는 줄 알고 온 식구들이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녀들은 엄마와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냥 보내드릴 수 없다며 어찌든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 인공호흡기, 기관절개술에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40여일 동안 저와 식구들은 죽음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갇혀 지냈습니다. 과연 중환자실은 죽음의 골짜기였습니다. 모든 환자들이 숨만 붙어 있지 몸은 그냥 육체 덩어리입니다. 인물이나 학식, 돈이나 지위 관계없습니다.
 
코와 입에 호흡기를 달고 손에는 많은 링켈 병을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이 대소변 받아내려고 이리저리 굴리며 하의를 벗겨도 전혀 반응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호흡을 멈추고 장례식장으로 실려갑니다. 그러한 중환자실에 집사람을 홀로 두고 온 식구들이 하루하루 불안하게 삽니다. 그 기간동안 우리 식구들은 죽음의 터널에 갇혀 두려움에 싸여 살아야 했습니다.
 
한밤중에라도 전화가 오면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 것 같습니다. 지난 40여일 동안처럼 주님을 많이 부른 적이 없습니다. 홀로 집에 있으면서 집사람이 입던 옷가지들, 물건들을 보면서 솟구치는 눈물을 여러 번 체험했습니다. 항암치료 전에는 설거지 한번 안 했는데 혼자 음식을 해먹고 설거지하고 청소, 빨래를 하면서 집사람의 손길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혼자 음식점에 가는 것도 너무 멋쩍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남편들은 평소에 아내가 요리할 때 옆에서 배워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엄청난 고생을 한 결과 폐렴의 위험,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나 일반병실로 옮겨 재활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여기서 제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라고 하지 않고 죽음의 음침한 골짜기라고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망, 한문으로 죽을 ‘死’ 자, 망할 ‘亡’ 자, ‘죽어서 망했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생명의 종교, 영생의 종교인 기독교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우리 기독교인들도 다른 사람처럼 때가 되면 육신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살아서 6절 말씀대로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인의 죽음은 사망이라 하지 않고 ‘별세’ ‘소천’이라고 합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는 사탄이 우리의 영혼을 죽여 망하게 하려는 곳입니다.
 
죽음은 아무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이라도 그 골짜기를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정정하시던 허재철 목사님도 90세를 넘으시니 앞서 가시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오늘 김봉관 목사님이 소천하셨다는 소식에 마음이 너무나 숙연해졌습니다. 그러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라도 목자 되시는 하나님만 의지하고 따라가면 감히 사탄이 우리 영혼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죽음의 골짜기는 인생의 마지막 코스이지만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목자 되시는 하나님만 따라가면 사망의 골짜기에서도 영혼이 해받지 않게 하십니다. 오히려 그 죽음의 골짜기는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영생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게 하십니다.
 
6절을 보십시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언제까지입니까?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사는 날까지입니다. 회원 여러분이여, 우리는 양처럼 연약합니다. 집사람 때문에 차를 몰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인간이 얼마나 초라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런데다가 이제 우리 은목회 회원들은 아주 노쇠한 양이 되었으니 더 무력합니다.
 
어느 회원은 얼마나 지병이 많은지 매일 한 봉지의 약을 먹으며 버티십니다. 어느 회원은 자주 병원에 다니는 것이 주로 스케쥴이 되었습니다. 양은 무기가 없습니다. 잘 뛰지도 못하고 뿔이나 날카로운 잇빨도 없습니다. 그러나 양은 자기 목자를 분명히 알고 오직 그만 따르는 것이 가장 큰 무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목자 되시는 하나님이 계신 것입니다.
 
그 하나님이 사망의 골짜기나 광야에서도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 때를 따라 만나와 메추라기, 생수를 주시면서 영원한 하나님의 집에 이를 때까지 인도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회원들은 남은 생애동안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에 있든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가든지 오직 하나님이 반드시 합력하여 선한 곳으로 인도하신 줄 믿고 그 주님만 따라 영생의 길로 가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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