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이 미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무신론’의 아이콘화 돼 버린 리처드 도킨스(옥스퍼드대 교수)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을 필두로, 크리스토퍼 히친스(뉴스쿨 교수)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God Is Not Great)> 등 이 무신론 관련 서적이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선정 베스트셀러 순위에 수십 주 연속 머무르는 등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만들어진 신>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않은 내용에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출판 한 달 만에 4만3000부가 팔려 인문학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두 책이 무신론을 확산시키는데 쌍끌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리처드 도킨스(옥스퍼드대 교수)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만들어진 신>의 저자인 도킨스는 20여 년 전 ‘이기적 유전자’를 써 진화생물학계에 격렬한 논쟁을 초래한 인물이다. <만들어진 신>은 종교가 없었다면 9·11테러도, 이라크전쟁도, 십자군도, 마녀사냥도, 인도 분할도, 유대인 학살도, 여성 할례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종교가 사회적 정화 기능, 인류 평화와 호혜 평등에 이바지한다는 통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신이 없다는 증거’를 제시함에 있어 도킨스의 관점은 ‘창조론 반박’에 집중된다. 초자연적 지성이 있다는 가설에서 신이 만들었다는 태초 우주까지, 창조론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자연선택을 근거로 한 반박 이론을 제시했다.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여러 변증들, 이를테면 토마스 아퀴나스의 회귀적 ‘증명’과 성 안셀무스의 연역적 논증, 아름다움 논증과 개인적 ‘경험’ 논증, 성서 논증과 파스칼의 내기 논증을 역사적 증거와 과학적 논리를 통해 반박했다. ‘환각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도킨스의 결론은 신이 사라진 이후의 사회가 오히려 더 희망적이라는 점이다.

▲ 크리스토퍼 히친스(뉴스쿨 교수)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God Is Not Great)>.

반면,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무신론 역설’이란 점에서 공통적이나 관점에 있어 차별된다. 히친스는 과학이나 논리 자체를 부정하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과학의 성과를 들이대며 ‘교리의 모순’을 강조해 봐야 소용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 히친스는 “모든 것을 신이 만드셨다”라고 믿는 유신론자에게 광합성이 어떻고 진화가 어떻고 말하는 게 통하겠느냐 지적을 제기한다.

히친스는 이에 따라 역사적으로 저지른 대학살, 미국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신의 이름으로 각종 테러를 저지르는 이슬람 무장세력 등 실제 사례를 나열하는 것이 “신을 믿어야 착해지고 신을 위한 모든 행동은 정당화된다”는 주장을 논파하기에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히친스는 이 책에서 복음주의 성향을 띈 팻 로버트슨과 제리 폴웰 목사를 도마 위에 올렸다. 이들은 9ㆍ11 테러에 대해 “동성애와 낙태를 묵인한 세속적인 사회에 신이 심판을 내렸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이들 뿐인가. 9ㆍ11 테러는 아니나 카트리나 허리케인 대참사의 배경에 “동성애자가 만연한 미국 사회에 대한 심판”이라고 김홍도 목사(금란교회)가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히친스는 유일신교가 사랑과 자비의 종교가 아니라 배타적이고 심지어 파시즘적인 성격까지 있다고 주장한다.

▲ 옥스퍼드대의 신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쓴 <도킨스의 신>.

도킨스와 히친스 이 두 사람의 공통적인 부분은 ‘무신론자’라는 점과 더불어, 옥스퍼드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옥스퍼드대의 신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반박서를 내놓아 주목된다. 그의 반박은 도킨스의 것에 집중된다. 일전에 맥그라스는 <도킨스의 신>이란 저서를 발표해 도킨스를 비판한 바 있다.

맥그라스의 반박 논리는 무엇일까. “막연한 인상으로 종교를 부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막연한 인상으로 종교를 옹호한다”는 도킨스의 ‘유신론적 관점’을 비판한 논리와 흡사하다. 맥그라스는 "'만들어진 신'은 종교인들 그리고 그 외의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공정하고 엄밀하게 논쟁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신념이 흔들리는 무신론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의 논란은 석학들의 담론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기독교가 더 이상 성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세태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