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국민일보) 남북 교회가 한반도 평화와 화해, 통일을 위한 새로운 에큐메니컬 비전을 제시했다. 표현 방식은 조금 달랐지만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및 세계교회와의 연대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은 같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은 23일 홍콩 추엔완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주최 한반도 평화와 화해, 통일 국제협의회에서 에큐메니컬 연대에 기반한 통일의 비전을 밝혔다. 남북 및 세계교회 대표들은 이 같은 내용을 반영, 평화통일을 위한 성명서를 채택하고 회의를 마쳤다.

서보혁 NCCK 화해통일위원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비전’ 발표에서 평화공동체주의, 탈 이념주의, 개방적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제안했다. 서 위원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의 길은 평화공존-남북연합-연방국가와 같은 단계를 밟아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남북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통일을 점진적으로 추구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로 증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남북이 기존의 합의를 존중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6·15선언 및 10·4선언 이행 등을 공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서 위원은 또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10차 WCC 총회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1984년 도잔소회의의 정신을 살려 남북 교회와 세계교회가 연대해 이 사명을 완수할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강영섭 KCF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도잔소회의 이후 지난 25년은 각국 교우들이 정의와 평화의 사도로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적극 이바지해온 자랑스러운 행로”라면서 “하지만 주님의 평화로운 창조 세계와 달리 지금까지 북남은 민족분열의 비극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6·15 및 10·4 선언은 북남 사이에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관계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하는 통일의 대강”이라며 “지금까지 이를 지지해주고 주님의 평화 소명을 실천으로 증거해 나갈(딤후 2:22) 의지로 충만된 각국 교우들이 있음으로 해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에큐메니컬 성업은 반드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제협의회에 대해 권오성 NCCK 총무는 “세계 30여개국 교회 대표들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새로운 에큐메니컬 비전을 모색하고 함께 연대해 노력하기로 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홍콩=글·사진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