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남한산성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운무에 싸인 정상에 올라
하나 남은 수어장대(守禦將臺)에서
흘러간 역사의 상흔을 바라본다.

고위평단지(高位平壇地)로
천형의 요해를 이룬 지형으로
백제 초기의 왕도(王都)가 자리했고
조선시대에는 성진(城鎭)을 구축하여
군사요지가 되었다.

병자호란(丙子胡亂) 때는
인조(仁祖)가 45일간 농성했다가
싸워보지도 못하고 성문 열고
화의(和議)한 치욕의 상흔이 있다.

임금이 거처했던 행궁(行宮)
좌덕대(左德臺)，수어청(守禦廳)등
흔적 없이 사라졌고
당시 나라를 지키던 성군(聖軍)으로
불도(佛道)의 힘이 대단하여
화려했던 망월사(望月寺) 등 일곱 개의 절들도
굴욕의 역사와 함께 운명을 같이했다.
이서(李曙)가 총음사(總廕使)되어
승려들이 부역하여 축성된 산성도
일부만 복원，잔존한 뼈아픈 역사(投事)이었다.

산둥성이에 여성신학의 요람이 자리하고
시대의 스승이며 양심이던 한경직의
말년에 나라 위한 기도처와
청빈의 삶을 산 작은 거처가 있다.
그의 애국과 신앙의 산실이었다.

치욕으로 다시 이 땅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남한산성은 역사의 산 증인 되어
이 땅의 마사다(Masada)가 되어야 한다.
찬란한 녹음의 계절을 재촉하는
늦 봄비가 조금 굵게 내리고 있었다.

(참조: *병자호란 인조 14년,  *MASADA 로마군에 맞서 최후까지 항쟁하던 이스라엘의 요새)

/금성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