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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목사수련생 수료의 변
2022년 06월 09일 (목) 07:55:17 김용민 이사장 www.cry.or.kr

더러 나에게 ‘왜 한국기독교장로회를 택했나?’라고 묻는 이들이 있다. 이 답은 기장 교단으로 온 보수 교단 여성 전도사님들의 답으로 대신해도 될 것이다. “기장 말고는 선택지가 없으니까.” 한 분 한 분 목사의 소명을 발견하고 오신 분들이다. 물론 나는 이분들과 달리 ‘목사가 되려는 욕망’이나 ‘선택지의 부재’'로 기장을 택한 것이 아니다. 목사 수련생 수련과정 수료증을 받고 목사고시만 남겨놓은 이 시점에도 ‘길이 아님’이 확인된다면 멈출 수 있다. 나는 직업적 목사가 되려는 게 아니다.

내가 기장에 와서 감동한 포인트 중 하나는 많은 기장 구성원들이 “우리도 (타 교단에 비해) 모자라다”라고 고백하는 부분이다. 처음엔 겸양인 줄 알았는데 꽤 진지하다. 더러는 자조도 섞여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장인들은 기장만의 독보적인 무언가를 잘 모르고 있다. 그것은 '반전'이다.

기독교는 본래 반전의 종교이다. 성서의 이야기가 그러하지 않던가? 400년 노예로 살던 사람들을 자유와 해방의 길로 인도하는 것, 이방인 여성을 이스라엘 전성기를 이룬 왕의 뿌리로 삼은 것, 강대국 초 거구 장수를 약소국 소년이 물맷돌을 던져 쓰러트리게 한 것, 메시아가 식민 지배당하는 땅의 별 볼 일 없는 가정에서 메시아가 난 것, 그 메시아가 예루살렘의 걸출한 종교 지도자들이 아닌 갈릴리 촌 어부 등 사회적 하층민을 제자로 삼은 것, 또 그 메시아가 십자가에 달려 죽은 것, 죽은 그 몸으로 사흘 만에 부활한 것, 그 메시아의 음성과 빛만 보고도 씹선비질 때려치우고 전 세계를 구름처럼 떠돌며 죽을 때까지 그 감동을 전파하는 것, 그렇다. 기독교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반전’이다. 지금은 권력과 자본에 잠식당한 교회가 압도적 다수라지만, 아주 적은 수의 교회라도 그 반전의 본질을 이어가고 있다.

반전이 살아있는 교파를 기장이라고 했다. 미국 근본주의 교회가 이식한 율법적 복음을 분단된 나라의 고난받는 백성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4·19 이후 민주주의를 신앙고백의 한 부분으로 삼고, 목사 장로는 남성만 가능하다는 인습을 가장 앞장서 타파하고, 분단의 골을 깊게 하는 여타 교회와 달리 한반도 평화와 일치를 위해 애쓰고, (일부의 저항이 있기는 하나) 모든 차별을 거부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하는 것. 이 반전이 있는 한 기장은 작고 약한 처지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크고 강한 교회보다 신의 선의를 가장 진정성 있게 이행할 것이다. 반대로 이 반전이 기장 안에서 차단당하고 억압된다면 바닥에 버려 밟힐 것이다.

'왜 기장을 택했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 핵심이 이러하다. “기장이 반전 있는 교단이어서.” 기장 교단은 ‘막말하는 사람’으로 낙인 박힌 나를 받아줬다. 뭐 내 전력이 올바르고 아름다워서 기장이 품어줬겠나? 보수 교단 같으면 막말이 뭔가, 좌파적 사고를 한다며 아예 빗장을 걸었을 것이다. 기장은 ‘저놈은 구제 불능이니 생명책에서 지워야 한다’라며 저주하지 않는다. ‘동성애자를 옹호하니 목사안수는커녕 신학교 입학도 차단하겠다’라는 바리새주의 뺨치는 폭력도 없다.

반전의 덕을 본 내가 기장 공동체의 일원 즉 목사가 된다면 그 기풍을 더욱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신자들을 가스라이팅해서 정신적 예속 상태로 만들려는 목사들과 더 가열하게 싸울 것이다. (사실 교인들을 확 잡아야 목회하기 좋다는 것은 교파를 초월한 목사들의 이심전심이다) 아울러 사회가 버린 사람들, 심지어 진보도 버린 사람들, 과거의 흠결 곧 허물이 주홍 같은 사람도 끌어안고 회복하는 데 조력할 것이다. 자본의 사슬을 끊어내고 세상 앞에 더 당당한 교회를 이룰 것이다. 목사도 아니면서 10년 '무규칙' '무면허' 사역을 해온 처지에서 쉬운 약속은 아니다. 그러나 믿는다. 반전의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불가능할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평화나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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