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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는 '겨털'난 나무가 있다?
2022년 04월 30일 (토) 10:33:03 이승철 장로 www.cry.or.kr

[늘그막 백수들의 겨울여행 ①] 담양 관방제림과 조각공원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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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춥다 추워!"
"남도 땅도 춥긴 마찬가지네."

바람결이 송곳처럼 뾰족했다.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왜 그리 차가운지…. 지난 12월 15일, 휘몰아친 첫추위가 싸늘했다. 서울만 추운 것이 아니었다. 조금은 포근할 줄 알았던 남도 땅 담양도 추웠다.

전남 담양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볼거리로 '메타세쿼이아길'이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다. 유명한 대나무와 소쇄원도 있다. 우리 일행은 먼저 메타세쿼이아길을 찾았다. 그런데 명성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뭐, 이래? 그냥 썰렁하잖아."

일행의 실망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잎이 모두 저버린 앙상한 가로수길. 계절이 가을이었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미루어 짐작해볼만한 풍경이다. "이 길이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아길 맞죠?" 길 가던 주민에게 물어봤다. 그렇단다. 그런데 또 있단다. 메타세쿼이아길이 몇 군데나 더…. "어디가 제일 멋져요?"라고 물었다.

펜션 주인도 명소 '관방제림'을 모르다니...

관방제림의 고목들
 관방제림의 고목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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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제림이 더 멋진디."

관방제림이라고? 처음 듣는 이름이다. 어디냐고 물으니 "저어기, 저긴디"라며 손으로 먼 곳을 가리킨다. 그쪽으로 가봤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 뭔가 그럴듯한 풍경이 눈에 잡혀야 하는데…. 할 수없이 길옆에 보이는 펜션에 들렀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누구신디요?"

퉁명스러운 목소리, 문을 열고 나온 아주머니다. "관방제림? 저기 언덕에 나무들 보이지라오, 거긴디"란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할 틈도 주지 않고 문을 닫는다.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길이 막힌다, 마침 그쪽에서 나오는 트럭 한 대, 운전기사에게 다시 물었다.

"으잉~ 관방제림? 다 왔구만이라. 여기 차 세워놓고 저 뚝방으로 올라가 보드라고잉. 거기가 관방제림잉게."

자세히 가르쳐주는 트럭 운전기사, 참 고맙다. 차를 세워놓고 올라선 둑길, 관방천이란 하천 둑길이다. 둑길에 삐뚤빼뚤 줄지어 늘어서 있는 오랜 고목들, 오랜 풍상에 뒤틀리고 휘어져 할아비처럼 늙은 나무들. 아하, 그래서 관방제림이었구나. 하천 건너 추성경기장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이 신나게 공을 차고 있다.

이름표 달고 있는 나무들

줄기 사이에서 난초가 자라는 고목
 줄기 사이에서 난초가 자라는 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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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정말 멋진 둑길이네."
"둑길에 늘어선 이 거목들, 모두 수백 년씩 늙은 고목들이네."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실망했던 일행들이 감탄한다. 정말 멋진 둑길이다. 아니 멋진 고목들이다. 그런데 나무들이 모두 목걸이를 하고 있다. 명찰을 달고 있었다. '105번 느티나무' '106번 푸조나무' '152번 팽나무' 수백 년 고목들이 수백 그루나 서 있다.

"어라? 그런데 저게 뭐야?"
"뭔데? 뭘 보고 그래?"
"저거 봐? 저 나무 사이에 털이 있어."

일행이 뭔가를 가리킨다. 나무 줄기가 3미터 쯤 곧게 자라다가 Y자 형으로 두 줄기가 돼 높이 뻗어 있다. 그런데 그 Y자 줄기사이에 정말 털 같은 것이 나풀거린다. 자세히 살펴보자. 그런데 너무 높다. 난초 이파리 같기도 하고…. 아무튼 신기한 모습이다. 나무줄기 사이에서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나풀거리는 푸른 잎들이 자라고 있다니.

이야기가 담겨 있는 조각작품들

106번 푸조나무
 106번 푸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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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아래 하천엔 맑은 물이 흐른다, 오리 몇 마리가 헤엄치며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보인다. 추위 속에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저 앞에 보이는 나지막한 산자락이 죽녹원이지라"라는 주민이 참 친절하게 느껴진다. 관방천은 죽녹원 앞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춥다. 하천 둑길이어서 더 추운 것 같다. 우리는 돌아섰다.

"그냥 지나쳐온 저 아래 공터, 공원 같잖아?"
"그러네. 공원인가 봐? 조각공원 같은 거."

일행이 손짓한다. 조금 전에 지나쳐온 길 오른편이다. 둑길 아래 제법 넓은 공터가 있었다. 둑길 아래로 내려갔다. 정말 몇 개의 조각 작품들이 있다. 작은 정자도 한 채 보이고. 그런데 눈길을 확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조각 작품.

"이거 호랑이야? 사자야?"
"사자 얼굴 같은데…."

그냥 보기에는 조금 애매한 얼굴이다. 호랑이 같기도 하고, 사자 얼굴 같기도 하고. 근처에 작품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있었다. '호랑이 터 이야기'란다. 호랑이 터라? 그런 것도 있었던가? 내용이 재미있다.

호랑이 꼬리 터 조각 작품
 호랑이 꼬리 터 조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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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꼬리에 터를 잡으면 천년을 안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꼬리 부분에 소나무의 정기를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면서 호랑이의 힘과 위엄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감으로 형상화한 작품."

그럴 듯한 설명이다. 그러나 솔직히 예술성은 별로다. 예술성보다는 보는 사람에게 친근감을 주는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랄까. 아무튼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주변에도 다른 작품들이 놓여 있다. 그냥 그저 그런 작품들이다.

담양에도 특별한 노래가 있었나?

담양 노래비
 담양 노래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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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노래비가 서있는 걸?"
"노래비? 담양에도 특별한 노래가 있었나?"

그런데 있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였지만, 노랫말이 낭만적이고 감성적이다. 제목은 <추억의 관방천>이었다. "조각달이 추월산에 외로이 뜨고, 관방천의 물소리는 처량도 한데, 님 가시고 소식 없는 관방천에서, 나와 같이 홀로 섰는 종대가 섧다." 가사를 보아하니 옛 노래인 듯하다.

이야기가 있는 조각 작품, 감성적인 노래비, 재미있는 공원임에 틀림없다. 더 둘러보았지만 발길을 잡아끄는 그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추위가 엄습한다. 찬바람이 더 거세지고 있었다. 주차장 쪽으로 걸었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어 보이는 작품을 마주쳤다. "하하하! 이건 정말 재미있는걸!" 평소 어떤 걸 봐도 좀처럼 감탄하지 않던 친구, 그 친구가 너털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아니, 이건 여우잖아?"
'맞네. 그런데 저 사람들 표정과 자세는 또 뭐야? 우하하하! 정말 웃기는데!"

척 봐도 웃기는 모습이었다. 멋쩍어하는 듯한 여우 한 마리. 그 여우를 향해 주걱과 낫을 들고 험악한 표정과 몸짓으로 서 있는 남녀. 이 작품엔 또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 걸까? 추위 속에서도 스멀스멀 일어나는 궁금증. 주변을 살펴봤다. 역시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 돌 판에 새겨진 작품 안내문이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

옛날에도 겁많은 남자가 있었구만

야! 이놈 여시야, 조각 작품
 야! 이놈 여시야, 조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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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제목이 '야! 이놈 여시야'란다. '여우는 바위 밑에 묻어둔 음식을 몰래 먹고, 당산제를 모시는 화주부부가 이를 보고 여우를 추궁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 화주부부가 미물의 어리석음으로 부정탈까봐 당황해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표현이 좀 우습잖아? 주걱을 든 아내를 앞세우고 낫을 든 남편은 뒤에서 낫을 치켜들고, 마치 여우에게 겁먹고 허세부리는 남자처럼 말이야."
"어?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 하하하!"
"예나 지금이나 기가 센 여자가 있고, 겁쟁이 남자가 있는 건 마찬가지 아니겠어? 허허허."

추위로 움츠러들었던 몸이 한바탕 웃음으로 힘을 얻고 있었다. 메타세쿼이아길보다 더 멋지다는 곳. 정말 그랬다. 왜 여태 모르고 있었나 의아했다. 담양을 찾는 친구가 있다면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 코스는 면앙정, 그리고 송강장. 점심은 어디서 먹지? 대통밥집을 찾아야 하는 데 말이다.

 

/홍익교회 장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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