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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정치도 괜찮다는 이상한 목사들
2022년 02월 11일 (금) 13:01:52 박성철 목사 www.cry.or.kr

(출처: 평화나무)

작년 11월,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송태섭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보도자료를 내고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적 희망과 동력 완수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시 한교연의 행태는 교회연합기관으로서 특정 정당과 특정 후보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인해 교계 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현재까지 한국교회 내 일부 목사들은 설교를 통해 특정 후보의 지지를 요구하며 공공연하게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야당 유력 대선 후보의 ‘주술(呪術) 논란’에도 극우 사상에 경도된 목사들은 이를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물론 기독교는 한국 사회의 민간신앙으로서 무교(巫敎)의 문화적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술(呪術)에 의존하여 개인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조종하려는 이기적인 신앙체계로서 무속(巫俗)과 정치의 결합은 문화적 문제가 아니라 공론장을 왜곡하여 정치 영역에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가져온다. 하지만 극우 사상에 경도된 근본주의자들의 대부분은 양자를 구분하지 않으며 일부는 차별금지법만 반대해 준다면 주술정치도 괜찮다는 비신앙적인 주장도 서슴치 않고 내뱉는다. 대선 이후 한국교회가 왜곡된 교권주의(敎權主義)의 망령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목사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정치적 참여에 나서는 행위는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일부 목사들의 행태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바로 위법성과 왜곡된 판단척도의 문제에 있다. 양자는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 사회의 시민 의식이 지속적으로 발전했던 것에 비해, 목사들의 수준이 이를 따라 주지 못했기에 윤리 의식의 왜곡이 발생한 것이고 이는 위법적인 정치 행위를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선과 관련된 목사들의 위법적인 작태에도 한국교회에서 기독교 정치윤리에 대한 논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사회 윤리와 정치 윤리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할 경우, 목사들이라 할지라도 쉽게 극우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기독교 정치윤리가 체계화되려면 정치신학(政治神學)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교회에서 정치신학은 익숙한 용어가 아니다. 왜냐하면 20세기 한국 사회의 역사적 질곡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주류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교회 내에서 정치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오랫동안 터부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과거 한국교회의 정치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던 이들은 바로 근본주의에 경도된 개신 교회였다.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정교분리’(政敎分離)를 외쳐댔지만 실제로는 군사독재를 종교적으로 미화하였고 그 대가로 엄청난 지원을 받았다. 한국교회의 급속한 양적 성장이 기독교 신앙의 왜곡을 가져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5년, 필자가 독일에서 정치신학을 전공하고 귀국했을 때 주변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신학 자체에 대해 낯설어 했다. 한국교회의 특성상 민중신학을 기반으로 한 교회들을 제외하고는 전체주의적 억압에 대한 신학적 저항을 기반으로 형성된 독일식 정치신학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특정한 정치신학을 수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21세기 한국교회의 생존을 위해 변화된 사회·정치적 환경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공적 행위와 공적 책임에 대한 분명한 윤리적 가치 체계와 판단척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교회가 정치신학이나 정치윤리에 대한 논의가 없이도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올바르게 대처해 왔다면 대선과 관련하여 신앙의 가치를 무시하면서까지 정치적 주장이나 위법적 행동을 일삼는 목사들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한국교회가 항상 왜곡된 방향으로 달려 왔던 것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교회는 민족 저항의 구심점이었고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의 산파 역할을 감당했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의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중요한 대변혁의 전환점에 서 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는 한편으로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중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 트럼피즘(Trumpism)의 단초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피즘이란 사회적 헤게모니를 쥐고 기득권을 누리던 주류 세력이 사회적 평등과 자유가 확장되면서 영향력이 약화되었을 때 비주류 세력에 대한 강력한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 정지적 지지를 얻어내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대선 정국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은 한국 사회 내 트럼피즘의 한 모습이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당선이 되었을 때 미국 사회의 급격한 퇴행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피즘의 부정적 영향력은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면 사회적 퇴행을 불러 왔다. 마찬가지로 과거 한국교회가 정교분리를 외치면서도 실질적으로 독재 세력과 결탁을 하여 외적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닦았을 때, 그 부정적 영향력이 87년 체제 이후 뉴라이트(New Right) 세력과 전광훈류의 극우 기독교 세력을 통해 오늘날에도 지속될 것이라 예상했던 이들은 거의 없었다. 지금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적 왜곡 현상을 무시하고 넘어가면 결국에는 엄청난 폐해를 불러온다. 주술정치도 괜찮다는 이상한 목사들의 부상을 외면하고 넘어가면 한국교회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이상한 목사들이 여전히 한국교회 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정치적 선택 앞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종교적 권위를 가진 이의 의견을 더욱 신뢰하여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교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대의 제정일치(祭政一致) 국가에서나 어울릴 법한 모습이지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성숙한 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21세기 한국교회에서 아무리 교회 지도자를 신뢰해도 자본의 투자나 경제적 문제에 대해 그 지도자의 말을 따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 지도자가 경제 전문가가 아니고 그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피즘의 부상 속에서 주술정치도 괜찮다는 이상한 목사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민이자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리스도인이 정치 영역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기독교 정치윤리를 바르게 정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동시에 제20대 대선 맞아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시대적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회개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정치신학연구소 교회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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