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건희 녹취록' 일부가 공개됐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보다 큽니다. 고작 이 정도 내용 때문에 야단법석이었나 하는 원성이 들립니다.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드러내고 표하지는 않지만 공감하는 바도 읽힙니다. 그러나 제가 누차 이야기했습니다. 최순실을 기억하고 김건희 녹취를 듣자고요. 이게 본질이라고요.

김건희는 특정 매체를 지목하고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거기는~ 거기는 이제 이제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경찰들 또는 검사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 그리고 덧붙여요. “내가 정권을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거야”라고. 그런데 이 말은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법원이 제동 걸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도 ‘국민의힘’도 ‘우리’도 아닌, 김건희 자신이 “정권을 잡으면”이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주대 시인이 만난 스님이 하신 말입니다. “국민의힘당 국회의원 100명이 여태까지의 정치 경험 노하우 갖은 머리를 다 짜서 만든 캠프를 일언지하에 엉망이라고 말해버리고, 캠프 구성 캠프 정리 다 자기가 다시 짜야 한다고 하잖나. 국민의힘당을 완전히 무시하고 짓밟아 버리는 발언이야. 윤석열도 쥐고 흔든다는 게 증명되는 말들 천지다. 국회의원 놈들이 자존심도 없는 똥 덩어리들이라는 거잖나. 저건 국정농단 정도가 아니라 국정 파탄 더 나아가 국가파괴의 싹수를 그대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말들이다. 국민의힘당은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거고, 참새 대가리 들의 집단이라는 거고, 국민이 자존심이 있으면 저런 여편네가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걸 보고 있겠느냐?”

여러분 기시감이 안 느껴지십니까? 최순실 씨가 장막 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종한 국정농단의 실상, 새누리당이 최순실에게 이런 취급을 당했을 것입니다. 당을 무시하고 공적 시스템을 도외시하고 ‘비선 실세’ ‘문고리 권력’에 의존했던 박근혜,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헌정사 최초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부르지 않았나요? 촛불혁명의 경험과 성과는 그래서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박근혜에게 투표했더니 최순실이 집권하던 그때 일을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문해야 합니다. ‘윤석열에게 투표했더니 김건희가 집권하는 것은 아닌지’.

윤석열 캠프의 핵심이자 본진은 김건희 사단이라는 지적,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요컨대 ‘김건희에 눈 밖에 나면 제아무리 윤핵관(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도 무사하지 못하다’라는 풍문은 새롭지 않습니다. 집권 이후에는 안 그럴까요? ‘(윤석열 캠프에 오면) 1억을 주겠다’라는 그의 말이 허세였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섬뜩했던 부분은 김건희가 자신을 “영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한 점입니다. 무속인보다 자기가 더 세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앞으로 법과 원칙, 진실과 정의는 없고 김건희의 영이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영부인 눈 밖에 났다가는 뼈도 몸도 못 추리는 세상 말입니다. 

윤석열 씨가 대통령이 되는 게 옳습니까? 김건희가 말한 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모른 척하며, 참모 기질이 너무 강하고, 신하 뒤에 숨는” 문재인 대통령을 심판하기 위해 택한 카드가 제정 러시아를 몰락시킨 그리고리 라스푸틴이라는 요승, 민비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한 진령군, 나아가 개혁정치를 포기한 공민왕을 대신해 권세를 휘두른 신돈의 아류가 활개 치는 세상입니까? 대선은 투표소 가서 한 명 찍고 마는 행위가 아닙니다. 5년 나라의 격과 운명을 선택하는 장입니다.

(참조)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는 19일 김씨가 열린공감TV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을 결정했다. “김씨가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에) 일부 취재윤리 위반 소지가 있거나 비도덕적인 면이 있음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것이 방송이 갖는 공공의 이익보다 우월해 방송을 사전금지하도록 하거나 이미 방송된 부분의 삭제를 명해야 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김씨의 “내가 웬만한 무속인보다 낫다”는 발언을 지목해 “김씨가 평소 객관적 근거에 기한 합리적 판단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유권자들이 공론의 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우리 남편은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바보다”, “내가 한동훈하고 연락을 자주 하니 제보할 것이 있으면 대신 전달해주겠다”는 발언은 대선 정국에서 김씨의 지위와 역할, 한동훈 검사와 김씨, 윤 후보의 관계, 윤 후보의 국정 전반에 관한 능력과 견해, 성향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사단법인 평화나무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