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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기독교'를 도려내자 |
| 양극화 중심, 물신의 바벨탑,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기독교와 공존 불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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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기 내용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
강남 지역에 소재한 유력 방송사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는 동생이 일전에 이런 얘기를 했다. “강남에서는 요즘, ‘촌스럽다’라는 말은 안 쓴다. 쓴다면 ‘강북스럽다’라고 말한다.” 사실 충격이었다. 강남 사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특권의식이 있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자기 동네 이외에 사는 사람에 대한 천시(賤視)함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지식인층 사이에서는 ‘강남 현상’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과거엔 한강 남쪽에 자리하고 있어 ‘강남’으로 명명됐지만 이제는 계층과 문화가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특구’가 돼 버린 강남. 강내희 교수(중앙대)는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타워 팰리스같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가리켜 “오래전 엥겔스가 지적했던 ‘지배계급 연합의 분리와 차별화 전략’마저 드러나고 있다”고 파악한다. 가보지 못한 터라 가타부타 논하는 게 민망하지만, 타워 팰리스 안에서는 출입 차단기 그 안에서 사실상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한다. 숙식은 물론 레저 여가까지. 그런데 이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때문일까. 그 건물 입주자 사이에 상당한 동류의식이 있다. 세상에는 ‘타워 팰리스에 사는 사람’과 ‘살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만한 그들이다. 단축해 이야기하자면 그곳은 그들만의 천국인 것이다. ‘강남 현상’의 요약본이 타워 팰리스란 얘기다. 오! 조명래 교수(단국대)가 아주 적확한 표현을 썼다. ‘신 상류층의 방주’라고 말이다.
조 교수의 이야기를 계속 인용해보자. “강남이 이 같은 공간적 특성을 지속·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투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자기증식적 부동산 가격 8학군과 고액 사교육기관을 통해 유지되며 부모의 지위를 계승할 수 있게 하는 ‘교육특구’ 강남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사회적인 결속이 오늘날의 ‘강남’을 만들어낸 핵심 동력이었다.”고 말이다.
이런 점을 상기한다면, 강남에서 예수 믿기란 참 힘들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막힌 담을 허무셨던 예수와는 다르게 이들은 스스로의 터전을 특권지대로 만들기 위해 좌우상하에 담 쌓지 않은가. 자기한테 침 뱉고 돌 던진 자들의 죄를 도맡은 예수와는 다르게 이들은 개인의 성공 및 자식의 영달만을 좇지 않은가. 일자무식 자들과 어울리던 예수와는 다르게 이들은 사람의 격을 학력, 재력으로 따지지 않던가. 따라서 강남 사람이 예수 믿는 것은 실로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강남에서 교회는 번창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교회나, 뭔가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목회자들의 활동터전은 주로 강남이다. (물론 이들 교회의 목회자나 교인 일부 가운데에는 흠잡을 데 없이 성결한 삶을 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절대 다수일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의미 없는 돌연변이적 존재일까.)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이 교회가 십자가 불빛을 비추던 동네에서는 망국적 부동산 투기, 사교육 바람의 양 날개가 펄럭거렸다. 그렇게 양극화를 부채질했다. 어울리지 않는다. 정말. 그래도 이 강남 3류 졸부들과 강남 교인들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없었을까.
왜 없겠나. 상당수 강남 교인은 새벽부터 나가 “복 주옵소서. 나만. 내 식구만. 우리 가문만” 이랬을 것이다. 그들은 전대미문의 목회직 세습을 옹호했고, 교회의 무리한 대형화를 부추겼고, 그 과정에서 교회 안을 ‘죄인들의 공동체’가 아닌 ‘이너서클 그룹’으로 만들었다. 강남 교회의 문제점에 따른 책임을 목사 일개인에게만 몰아버릴 수 없는 부분이다.
한 강남 대형교회 장로의 이야기이다. 이 사람은 주일예배는 물론, 날마다 부인과 함께 새벽예배에 출석한다. 하루도 빠짐이 없다. 그런 그는 그런데, 본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노동자를 탄압하고, 거짓말을 일삼고, 회사 돈을 요리조리 빼돌려 횡령하는 기행을 연출했다.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이라면 ‘내가 왜 이랬지’하며 땅을 치고 회개할 일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얘기를 한다. “사장인 나를 비난하고, 말꼬투리 잡고, 경영에 대해 간섭하는 자를 위해서 ‘저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며 기도한다.”라고 말이다. 본인이 ‘싸지른’ 윤리박약적 행태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보고 있는 것이다. 그 뒤, 그는 구치소에 수감됐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 ‘유죄’를 저지른 죄인의 상황이다. 그는 구치소에서는 어떤 상념을 가졌을까. “나를 괴롭히는 검사 및 판사를 용서하소서.”라고 했을까.
지난 해 7월 2007 한국교회 대부흥 기념대회에서 설교를 맡은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원로)는 “이놈이 죄인”이라며 가슴을 쳤다. 한국교회에 몇 안 되는 ‘존경받는 목사’인 그가 이런 말을 왜 했을까. 그는 이런 얘기를 했다. 설교할 때 죄, 회개, 순종 등의 부담스런 단어를 피했다고. 단 것은 먹이고 쓴 것은 먹이지 않으려는 나쁜 설교자가 됐다고. 투명한 교회 운영으로, 강남 교회 중에 비교적 ‘강남 교회답지 않은 교회’였던 사랑의교회 조차 이런 ‘강남스러움’과 타협했다는 통회는 사안이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강남의 교회에서 ‘회개’에 관한 설교를 하면 그 주간 헌금이 매우 적게 걷힌다는 말이 있었다. 반대로 ‘복 받을 것이다’ 이런 설교를 하면 헌금 주머니가 넘쳐났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들 소문, 낭설이 아니었던 것이다.
성경적 금도인 사회 윤리를 망각한 교인들은 ‘맛 잃은 소금’이다. 소금이 맛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 아니다. 땅에 버려서 짓밟아야 한다. 성경의 분부인 것이다. 강남 교인 중에 대통령이 나온 세상이다. 솔직히 5년이 걱정된다. BBK 의혹은 워낙 사안이 복잡하니 그렇다 치자. 자녀를 위해 위장전입하고, 자녀를 위해 또 탈세하려고 위장 취업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낯부끄러운 전력이 있는 사람이 그 ‘전력’대로 또 한 번 비극적 종말을 맞고 물러나는 장로 대통령이 된다면 이것은 국가적 교회적 비극이다. 결코 바라는 일이 아니다. 그가 최고의 선정을 베푼 지도자로 남아야 한다.
그러려면 그도, 한국교회 교인들도 함께 지워 나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강남 기독교’이다. 그리스도인이 더 희생하고, 더 나누고, 더 섬기자는 것이다. 물신주의로 그윽한 강남땅에서, 교회가 빛과 소금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기성세대처럼 사회 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보며 ‘그렇게 살지 않겠다’라고 다짐해도 ‘그렇게 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예배 때 찬양하다가 은혜 받는 것으로, 성경공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봉헌 꼬박꼬박 하는 것으로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끝나지 않는다. 어두워지는 세상을 밝게 바꿀 ‘변혁의 사명’이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강남 기독교’는 안 된다.
양극화 중심에 서 있는 강남. 그늘진 이웃들에게 증오와 냉소의 대상이 되는 물신의 바벨탑,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 이 땅에 서 있는 교회와 교인들은, 그 악의 패러다임 속에 함몰돼 변질될 것인가 아니면 자기 몫을 찾아 세상을 변혁하는 주체가 될 것인가. 하나님이 묻고 계신다. 강남에 있는 교회와 교인은 이야기해야 한다. “‘강남 기독교’는 없습니다.”라고.
/ 시사평론가, 한양대(안산)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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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7 수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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