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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와 돈
2020년 08월 15일 (토) 15:52:46 김태복 목사 www.cry.or.kr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는 졸업한 지 25주년 되는 해에서는 ’홈커밍데이‘를, 50주년이 되는 해에는 졸업생 부부들을 초청하여 ’희년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금년 대회(2020년)는 우리 장신대(長神大) 63기 동기회 차례가 된다. 동기회 총무를 맡은 입장에서 여러 가지 준비하는 중에 가장 큰 일은 그날 기증할 ’장학기금‘을 모금하는 것이었다. 회원 일 인당 20만 원 이상씩 모금하기로 하고 일 년 동안 열심히 모금한 결과, 27명의 동기(20만 원 17명, 50만원 8명, 100만원 2명)들이 송금해 줌으로 대회를 두 달 앞두고 목표액인 천만 원에 달성했다.
 
총무로서 너무나 흐뭇한 일이었다. 더욱 보너스로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동기가 금 열쇠 2개와 금반지 2개를 기증해줌으로 기분이 한껏 고무되었다. 그러나 우리 2년 선배(61기)들은 50주년 행사에서 어느 분이 1억을 기증함으로 1억 기천 만 원, 1년 선배(62기)들은 교수 출신 두 분이 3억을 기증함으로 3억 기천 만 원을 기증한 거에 비해 우리 동기는 장학기금으로 고작 천만 원과 귀중품을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 속된 말로 ’쪽 팔리는 노릇‘이라는 생각에 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준비위원들에게 ’코로나 19‘의 확산을 핑계로 50주년 행사를 취소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의 실무자가 ‘기금의 많고 적음보다는 선배들이 이어온 역사적 행사가 더 중요하다.”는 간곡한 제언(提言)을 함으로 그날 예배순서를 담당하고 기금을 전달하기로 합의를 했다. 실무자의 말이 옳다. 61기, 62기 같은 특수한 동기회도 간혹 있을 수 있겠으나 모든 동기회가 그 기준을 맞춘다면 졸업 50주년 행사는 맥이 끊어지고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약간은 체면이 안 서지만 후배 동기회들을 위해서라도 당당히 참석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총무로서 찜찜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광주운암교회 정해동 원로목사가 글을 보내오기를 “김목사님, 우리 동기들이 존경스러워집니다. 목회하면서 돈에 대한 욕심 없이 목회에만 충실했기에 경제적인 여유 있는 동기가 없어서 이번 50주년 행사에 학교 기금으로 1.000만 원 모금한 것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다른 동기들이 했던 몇억 원보다 더 귀하게 생각됩니다.”라고 함으로 크게 격려가 되었다.
 
사실이다. 한 교회에서 장기목회를 하다 보면 은행 통장의 돈이 쌓이지 않게 된다. 어느 선배 목사님이 노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하기를 “한 교회에서 30년 이상 목회하다 보니 돈이 모이지 않습니다. 교회 건축할 때나 리모델링 할 때도 앞장서서 헌금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주 교회를 옮기는 분들이 부럽습니다.”라고 해서 한바탕 웃음꽃을 핀 적이 있었다. 내 경우만 해도 시골교회에서 건축할 때 아내가 지니고 있던 금붙이를 모두 헌물 했고 홍익교회 건축할 때도 가장 많이 헌금하는 분들을 맞추어 내야 했었다.
 
어찌 그뿐인가? 교회가 어느 정도 성장해 가니 사방팔방에서 전화나 편지로, 혹은 직접 찾아와서 도움을 애소(哀訴) 하기도 하고, 부교역자들이나 구역장을 통해서 듣는 어려움을 당한 교우들의 소식, 그리고 후배 목회자들의 도움 요청 등으로 편한 날이 없다. 그때마다 교회에 요청하기가 힘들어서 내 주머니에서 나갈 때가 적지 않다. 특별히 노회에서 7년간 임원을 맡았을 때는 여기저기 교회 행사에 불러 다니며 받은 사례비가 적지 않았으나 노회 임원 체면상 보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주머니 사정은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아마 대부분 목회자들이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실하게 목회한 자가 돈을 모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우리 목회자들에게 큰 물질을 맡기시기를 원치 않으시는 것 같다. 어느 목회자가 부모로부터 유산을 받아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목회보다, 그 토지를 팔아 어떻게 사용할까에 골몰하기 일쑤이고, 때로 교회 장로들이 싫은 기색을 보이면 ’내가 이 교회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줄 아느냐?‘라고 화를 내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큰아들이 사업을 한다며 도와달라고 아내와 함께 애원함으로 그 대지를 담보로 해서 엄청난 자금을 대출해 주었는데 몇 년도 못가서 사업이 폭망함으로 순식간의 재산이 날아갔다고 하면서 이제는 하나님만 의지하고 산다고 고백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사역자들이 자기의 능력만 의지하여 목회하기를 원하십니다. 때로 교회가 시험 들 때 교회 지도자들이 자기들의 돈을 주는 양 거들먹거릴 때는 너무나 자존심이 상할 때라도, 오직 강단에 엎드려 하나님만 바라보며 기도하게 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목회자들이 늘 즐겨 찾는 성경구절은 잠30:8-9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동기들에게 돈이 없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목회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증거로 알고 당당하게 행하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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