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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원짜리 행복
2020년 07월 29일 (수) 12:02:20 류철배 목사 www.cry.or.kr

도로 정체가 심하여 차가 멈췄습니다. 1초 후 뒤에서 ‘꽝’, 뒤따라오던 차가 추돌을 일으켰습니다. 정차한 후 비상등을 켜고 나가서 보니 뒤따라오던 카니발 운전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합니다’라고 합니다. 접촉 부분 사진 찍고, 상대방 전화번호를 받고, 이름을 묻는데 ‘짱입니다’ ‘네? 이름이 짱입니까? 외국분입니까?’ ‘네, 베트남에서 왔어요’ 서툰 한국말로 대답합니다. 사후 처리에 관한 안내 말씀을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자동차 공업사에 문의를 하니 20만 원 견적이 나오고 렌트비 5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더니 수리비용을 은행으로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아내와 함께 사고 난 부분을 정확하게 보고 난 후 아내가 말합니다. 

 ‘여보, 수리하지 맙시다. 이 조금 상처 난 것 매직으로 칠하고 살짝 들어간 것 그냥 둡시다. 그리고 그 돈은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 같은데 받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본래 차를 아끼는 나는 깨끗하게 수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보니 크게 부숴진 것도 아니고, 얼른 보기에는 별로 표시도 나지 않는 것인데 외국 노동자의 돈을 받아 수리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짱이십니까? 어제 사고 났던 사람입니다. 저는 수원에 있는 교회 목사입니다. 차 상태를 보니 크게 수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돈 보내지 마시라고 전화 드렸습니다. 외국에서 오셔서 고생 많이 하시는데 돈 많이 버세요‘

 ‘고맙습니다, 목사님’

 이렇게 사고는 마무리됐지만 실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사고 난 것은 사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자기 잘못에 대해 댓가를 지불해야 앞으로 운전을 조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인(노동자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베트남에서 왔다면 어느 현장에서 고생해가면서 돈을 모아 본국에 보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사람일 텐데 25만 원은 큰돈일 것입니다. 내 차는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매직으로 칠하면 표시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좋게 남기고 싶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미군이 우리나라 사람을 막 대하는 눈꼴 사나운 사건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강대국 국민이라고 하는 자부심이 약소국가 국민을 함부로 대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노동자로 들어와 피땀 흘려가며 돈을 모아 가족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좋은 사장님이 훨씬 많겠지만 때로 악덕 기업주들은 외국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고, 재해 당했을 때 피눈물 흘리게 하며 쫓아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또 하나는 목사의 신분을 밝힘으로 그 마음속에 기독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고 싶었습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이며 불교 국가입니다. 수많은 선교사들이 들어가 사역하고 있지만 선교가 쉽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분이 복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목사 =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겨 주고 싶었습니다. 

 25만 원이 주는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보배로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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