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예수님
참고 또 참는다.
얼굴이 뻘개질 때까지
아니 온 몸이 뻘개질 때까지
참고 또 참아
새빨개진 얼굴이다.
예수님이 참으셨던 그 얼굴이다.

가을은 예수님
서늘함 속에 미소가 있다
비록 씁쓸한 서글픈 듯한
미소이지만
그래도 아픔 속에서도
잔잔한 미소 잃지 않고
나를 향해 웃고 또 웃으신다.

가을은 예수님
하나 두울
세상을 향해 떨구어준다.
겉 옷, 속 옷,
오리, 십리,
그리고 오른 뺨, 왼 뺨 ...
말없이 그냥 그대로 다 준다.

가을은 예수님
가진 모든 것
하나도 남김없이
다 털어버린다.
그걸 보고 웃는 사람들을 향해
앙상한 가지, 앙상한 몸뚱아리
부끄러운지 모르고 그냥 다 ...

가을은 예수님
그렇게 가는 줄 알았는데
어떤 이에겐 웃음을
어떤 이에겐 눈물을
.... 그렇게 그렇게 간 줄 알았는데
가을은 죽지 않는다.
가을은 잠들었을 뿐.

가을은 예수님
가을이 깊어가니
예수님이 더 생각난다
이렇게 다 주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참고 참다 가야 하는데
머리 위엔 황량한 바람,
초라한 패 하나.

그래도 초라하지 않은
그래도 모든 것을 다 품은
아, 다 준 것 같아도
모든 것을 다 가진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
가을의 남자, 예수님처럼
그렇게 가을은 예수님.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