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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2019년 04월 10일 (수) 08:28:52 류철배 목사 webmaster@cry,or.kr

작년 말쯤 창원에서 목회 하시는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집회 요청이 왔습니다. 날짜를 이리 저리 맞추다 보니 4월 첫 주간이 되어 부흥회를 인도하고 왔습니다. 

 요즘은 여 성도님들이 직장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낮에 모이는 인원이 적어 대부분 교회가 새벽과 저녁으로만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오전과 오후 시간은 쉬면서 말씀을 묵상하며 저녁 집회를 준비합니다. 내 고향은 전라도이고 목회와 활동 영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경상도 지역은 방문할 기회가 별로 없던 터라 이 참에 창원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4월1일부터 진해 벚꽃 군항제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난생 처음 그 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승용차로 30분만 도착한 진해는 도시 전체가 온통 벚꽃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뉴스에서만 보고 들었던 ‘진해 벚꽃 축제’ 현장에 도착한 것입니다. 도시 입구부터 눈을 황홀하게 만들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방사형으로 이뤄졌는데 가로수가 모두 벚꽃으로 채워져 이리 보나 저리 보나 꽃길이었습니다. 평일인데도 상춘객의 발걸음이 얼마나 많은지 여좌천의 로망스다리(가장 벚꽃이 화려한 개천) 양편으로는 관광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가장 오래 된 꽃길이라는 경화역 부근은 그야 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코레일 철도역 양편으로 늘어선 벚나무는 아름드리 꽃 터널을 이뤘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진속에 추억을 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해라는 도시는 슬픈 역사로 출발하였답니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진해를 군항으로 세워 대륙으로 뻗어나갈 전초기지로 삼은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해안과 비옥한 농토와 더불어 평화롭게 살던 마을주민들을 강제로 내쫓고 그들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군항과 배후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1920년부터 일제는 우리나라 전역에 엄청난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이 곳 진해도 일본군과 주민들이 입주하면서 벚나무들을 심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1930년데 창경원의 벛꽃축제는 이미 유명한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보는 벚꽃은 일제 강점기의 것이 아닙니다. 광복이후 우리나라는 일제를 상징하는 벚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은 일제 잔재를 싫어하여 전국의 벚나무를 땔감으로 쓰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의 벚나무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습니다. 그의 집권기간 동안 수만 그루의 벚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오늘 진해에는 36만 그루가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꽃나무는 죄가 없습니다. 벚나무가 일본을 상징하는 것도 아니고 미워할 이유도 없습니다. 

꽃나무에 이데올로기 옷을 입혀놓고 심고 베고 한다는 것은 얼마나 유치한 행동입니까?

 꽃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과 환희는 사상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꽃나무를 보면 결코 한그루만으로 사람의 시선을 끌 수 없습니다. 그 한그루는 전국에 산재해 있습니다. 여의도 윤중로, 창경궁, 속리산, 하동 쌍계사 십리 벚꽃길, 경주 벚꽃이 유명한 이유는 수백, 수천 그루가 한데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꽃은 모여 있어야 힘이 있습니다. 

 거기에 사람이 몰려옵니다. 진해가 고향인 목사님의 안내에 따라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숨겨진 꽃동네를 돌아보았습니다. 주님 덕분에, 선배 덕분에, 동료 목사님 덕분에 꼭 와보고 싶었던 진해 벚꽃 구경 잘 했습니다. 

/보배로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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