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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꼴찌였다
2019년 02월 01일 (금) 10:30:54 유호귀 장로 webmaster@cry,or.kr

어느 대학교수의 가슴 뭉클한 고백이 트위터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중학교 1학년 때 전교에서 꼴찌를 했는데 성적표를 1등으로 위조해 아버님께 갖다 드렸습니다. 이후 그 학생은 너무 죄스러운 마음에 이를 악물고 공부를 열심히 해 17년 후 대학교수가 됐고 유명한 대학의 총장까지 하게 됩니다.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동네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 중학을 다녔는데 공부하기가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는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 하고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1등 했는가베…” 하셨다. “명순(아버지)이는 아들 하나는 잘 뒀어. 1등 했으면 책거리를 해야지”라고 했다. 당시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 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 집 재산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부지…” 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달려나갔다. 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서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두 주먹으로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날 부모님 앞에서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요…”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알고 있었다. 그만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 총장인 나는 감히 알 수가 없다.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박사는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은 존경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다 알면서도 다 덮어준 아버지의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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