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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갚아야하지 않을까
2018년 12월 18일 (화) 11:19:56 양의섭 목사 webmaster@cry,or.kr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이곳 조선 땅에 오기 전 집 뜰에 심었던 꽃들이 활짝 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루 종일 집 생각만 했습니다. 욕심쟁이 수지가 그 씨앗을 받아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니 너무나 대견스럽군요. 아마 내년 봄이 되면 온통 우리 동네는 내가 심은 노란 꽃으로 덮여있겠군요.

아버지 어머니, 이곳 조선 땅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모두들 하나님을 닮은 사람들 같습니다. 선한 마음과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보아, 아마 몇 십년이 지나면 이곳은 예수님의 사랑이 넘치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복음을 듣기 위해 20km를 맨발로 걸어오는 어린아이들을 보았을 때 그들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오히려 위로를 받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오늘 밤은 유난히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외국인을 죽이고 기독교를 증오한다는 소문 때문에 부두에서 저를 끝까지 말리셨던 어머니의 얼굴이 자꾸 제 눈앞에 어립니다. 아버지 어머니, 어쩌면 이 편지가 마지막 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기 전, 뒤뜰에 심었던 한 알의 씨앗으로 이제 내년이면 온 동네가 꽃으로 가득하겠지요. 그리고 또 다른 씨앗을 만들어 내겠지요. 저는 이곳에서 작은 씨앗이 되기를 결심했습니다. 제가 씨앗이 되어 이 땅에 묻히게 되었을 때 아마 하나님의 시간이 되면, 조선 땅에는 많은 꽃들이 피고, 그들도 여러 나라에서 씨앗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땅에 저의 심장을 묻겠습니다. 바로 이것은 조선을 향하는 저의 열정이 아니라, 조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루비 켄드릭(Ruby R. Kendrick,1883-1908), 미국 남감리교회 선교사로 25살에 파송 받아 1년도 채 안되어 급성 맹장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양화진에 안장되었는데, 그녀의 비문, “If I had a thousand lives to give, Korea should have them all.”(내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칠 것이다.) 그 25살 먹은 자매가 죽음을 바로 앞두고 쓴 편지이다.

이 복음의 빚을 이젠 우리가 갚아야 하지 않을까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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