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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존 맥클레인으로 기억되다
2013년 02월 25일 (월) 08:20:38 지유석 luke.wycliff@gmail.com

   
▲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
'다이하드' 오리지널은 액션 영화의 신기원을 연 걸작이다. 한국에선 지난 1988년 단성사에서 추석 특선작으로 개봉했다가 다음 해 음력설 연휴까지 상영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연 배우였던 브루스 윌리스는 이 영화 이후 존 맥클레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편에서 존 맥클레인은 초고층 나카토미 빌딩에서 고립무원의 지경에 빠진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악당들과 끝까지 맞서 싸운다. 고립무원의 지경이라면 두려움이 느껴질 만도 하건만 존 맥클레인은 그 와중에도 악당들을 꼭지가 돌게 만든다. 인질로 잡힌 그의 아내는 동료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이만이 악당들을 저렇게 열 받게 할 수 있어."

이뿐만이 아니다. 존 맥클레인은 절체절명으로 치닫는 그 순간까지 분위기를 삽시간에 얼어붙게 만드는 썰렁 유머를 날린다.

'다이하드'가 액션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건 바로 이런 존 맥클레인의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다이하드' 이전 액션 영화는 무적의 영웅이 근엄하게 무게를 잡고 악당들을 소탕하는 설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존 맥클레인에게선 이런 진지함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불량끼가 가득해 얄미울 정도다.

또 하나, 존 맥클레인은 영화 제목처럼 악당들과 죽어라 싸운다. 맥클레인이 소방 호스에 의지한 채 화염에 휩싸인 나카토미 빌딩 옥상에서 뛰어 내리는 장면은 액션영화의 백미다.

'다이하드' 이후 액션영화는 새로운 트랜드로 진화했다. 브루스 윌리스 이전의 액션스타는 단연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였다. 근육질을 앞세운 두 액션 스타는 영화 속에서 가히 천하무적이었다. 그러나 '다이하드' 이후 액션영화의 주인공은 죽어라 개고생(?) 해야 했고 이런 트렌드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라고 해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척 러셀의 1996년작 '이레이져'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증인 보호 임무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다.

오리지널이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일까? 신작 '굿 데이 투 다이'까지 모두 4편의 속편이 만들어졌지만 '다이하드4.0'(2007)을 빼곤 오리지널의 강렬함에 못 미쳤다. 존 맥티어난 감독 역시 다이하드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연출해내지 못했다. 그는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3편을 연출하기는 했으나 성공 강박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 보였다.

신작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에서 존 맥클레인은 아들과 함께 모스크바 시내를 온통 휘젓고 다닌다. 액션은 초반부터 불을 뿜는다. 맥클레인 부자가 모스크바 시내에서 벌이는 추격신은 강렬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긴장감도 없고, 극적인 반전도 없다. 그저 그렇고 그런 액션영화의 범주에 머무를 뿐이다.

그럼에도 브루스 윌리스의 까불까불한 연기는 여전히 볼만하다. '다이하드'가 25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순전히 타이틀 롤을 맡았던 브루스 윌리스 덕분일 것이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등번호는 23번을 달고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그의 은퇴 후 23번은 영구결번됐다. 등번호 23번은 오로지 마이클 조던만 달 수 있는 번호였다. 마찬가지로 존 맥클레인은 브루스 윌리스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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