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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주일입니다
2012년 05월 18일 (금) 05:23:16 이만규 목사 morningcome.org

보육원에서 남매는 아버지가 있다면서 왜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지 수없이 원망을 하며 자랐습니다. 남매는 커서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심한 화상을 입고 일그러진 모습에 아이들은 기겁을 하고 더이상 찾지 않았습니다. 몇 년 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남매는 마지못해 장례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남매는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화장하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남매는 그 유언을 무시하고 화장을 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노트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이었습니다. 그 일기장에는 아버지가 남매를 구출하다가 화상을 입은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아버지는 소방대원의 만류에도 불 속으로 뛰어들어 남매를 구하고 아내를 잃고 말았습니다. 노트 말미에 이런 글이 씌여져 있었습니다. "보고 싶은 내 아이야, 미안하구나. 너희들을 구하다가 엄마를 미처 구하지 못한 것에 목이 메이는구나. 내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내가 죽거든 절대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나는 불이 너무 싫단다. 날마다 불타는 무서운 꿈에 시달리며 이렇게 30년을 넘게 살았구나." 두 남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땅을 쳤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한 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이메일(e-mail)로 배달되는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사실 어떤 자식도 부모의 마음을 모두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모사랑을 “하늘 같이 높고 바다 같이 깊다”고 합니다. 부모 사랑은 결코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내리 사랑이고 부모 사랑은 늘 맹목적인 사랑입니다. 저 역시 그 높고 큰 부모 사랑을 나이가 들고 자신이 부모가 된 후에, 그것도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조금씩 이해를 하게 되고 이미 부모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가 되어서야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사람이 미련해서 그렇게 듣고, 배우고, 또 남을 가르치기는 해도 자신이 경험하기 전까지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버이주일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듯 부모를 공경하라는 하나님의 엄명을 받들며 어버이 주일을 맞습니다. 부모 공경은 선택사항이 아닌 절대적이고 무조건적 명령입니다. 성경은 부모의 권위는 절대적 권위로 말씀합니다. 자식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대리권자가 바로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그 자식의 이름을 짓듯이 자식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자식의 축복권을 주셨습니다. 효도는 인간의 윤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효도는 자발적 효심의 발로로 해야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신 5:16). 그리고 인간의 당연한 삶의 순리입니다.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이젠 나도 효도를 하기보다는 효도를 받는 입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저기 아들딸로부터 어버이날 인사를 받고, 사랑하는 성도들 그리고 나의 동역자로 함께 일하다가 우리 교회를 떠나 담임목회를 하시는 목사님들로부터도 축하인사와 꽃바구니를 받고 선물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기도 하고 ‘나도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구나’하는 흐르는 세월에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억해주고, 찾아주고, 알아준다는 것이 참으로 큰 위로가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의 교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슨 큰 선물은 아니어도 서로 기억해 주고 서로 알아준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해 주고 그동안의 수고가 헛된 일은 아니었다는 자신감을 더해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우리 서로 나와 너의 관계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배은망덕(背恩忘德)’을 부끄럽고 파렴치한 짓이라고 합니다. 은혜를 배반하고 덕을 잊어버리는 것은 사람됨을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건 부모에게도 같이 적용되는 윤리입니다. 사실 부모를 즐겁게 하고 어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렵거나 무슨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섬김에도 감동을 받고 작은 효도에도 행복해하는 것이 부모입니다. 편지 한 통 전화 한 번만으로도 어른들을 충분히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비뚤비뚤 철자법조차 맞지 않는 어린 자녀의 편지를 받고 그 편지를 무슨 보물인양 책갈피에 끼워두고 기뻐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어버이주일입니다. 나에게 어버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나의 어버이 그리고 이웃 어른들을 행복하게 하고 기쁨을 드리는 주일이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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