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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사태를 보면서...
2011년 05월 03일 (화) 09:22:30 엄인영 목사 ui57@chollian.net

올 해 들어 우리나라의 최고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카이스트 학생들이 연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대한민국이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에 입학할 정도면, 소위 '천재' 소리를 들었을 텐데, 그런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한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제라도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의 교육현장을 철저히 점검해야 합니다.

이렇게 된 원인이 여러 가지 있을 것입니다. 어떤 스트레스라도 이겨낼 자녀로 키우지 않은 부모의 책임도 있을 것이고, 학교가 감당치 못할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이 두 가지 이유가 다 해당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에 의하면,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하루 종일 공부만 해도 따라가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하니, 학교의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 정책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영어강의를 꼽습니다. 학생들의 과도한 스트레스의 주범이 영어강의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어강의를 선택으로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어는 결코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는 없을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영어강의만 수준높은 강의라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한글은 과학적이요, 의사소통에 효율적입니다. 한글의 언어로서의 능력과 아름다움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으며, 독자성과 고유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대학에서 영어만큼이라도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자는 ‘국제화’의 명분을 내세워, 2005년을 기점으로 해서 전면 영어강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면 영어강의는 대학의 더 중요한 가치를 잃게 만듭니다. 대학의 근본목적은 학생들에게 독창적인 사고능력과, 이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있습니다. 외국어로서는 절대 이런 학업목표의 성취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한글에서 비롯되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은 절대 그 어떤 외국어에서 가능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전면 영어강의는 학문의 주체성 상실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영어 식민지 교육과 다름없습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대학이 이처럼 주객이 전도된 학습을 시행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단재 신채호는 "남의 글로 내 나라 역사를 기술하기는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남의 글은 결코 역사 서술의 도구로 부적당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신채호가 말한 '남의 글'이란 한문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영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영어 역시 빌려온 '남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는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한글의 언어적인 능력을 최고로 누릴 수 있는 교육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언어는 그 민족의 얼입니다. 자기 나라 언어를 포기하는 교육이라면 얼빠진 교육입니다. 언론에 의하면, 카이스트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고, 영어강의를 학부 2학년부터 실시할 것을 고심 중에 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스런 일입니다.

이번 기회를 살려서, 카이스트 뿐 아니라 온 대학들이 교육에 대한 철학을 다시 세우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여주어야 합니다. 또 학생들도 스트레스를 이겨낼 힘을 갖추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대학생활은 공부가 전부가 아닙니다.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머리에 쌓은 일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깊이 깨닫는 철학적 사고를 배우고, 더불어 사는 원만한 인격을 갖추는 일이 더욱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한 사회로 성숙해지고, 건강한 청년들이 여기저기에서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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