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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가득한 저 포구, 이름이 뭘까?
[늙수그레한 사람들의 부부동반 남도 봄나들이]남해섬의 작은 포구들
2011년 04월 17일 (일) 23:05:33 이승철 시인 seung812@hanmail.net

 

 
봄빛 가득한 저 포구, "이름 좀 가르쳐 주세요!"
[늙수그레한 사람들의 부부동반 남도봄나들이 6] <남해포구들>
이승철 (seung812)
 
 
▲ 이 아름다운 포구 좀 보세요.
 
ⓒ 이승철
 
남해 금산에서 내려와 사천(옛지명 삼천포)로 가는 길에는 봄빛이 가득했다. 이동면에 있는 금산입구 주차장에서 곧장 가면 멀지 않은 길인데 버스는 웬일인지 산을 반 바퀴 돌아 반대방향인 상주해수욕장으로 나섰다.

"자! 제가 여러분들을 낭만이 가득한 해변 길로 모시겠습니다."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짧은 안내를 한 후 마을 안길 마늘밭을 한 바퀴 돌아 나온다. 이때부터 눈앞에 멋진 해변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상주해수욕장의 새하얀 모래톱을 할퀴는 작은 파도 속으로 수많은 물새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이 스치듯 지나간다.

해수욕장 길을 벗어나자 오른편 언덕길을 굽어 도는 길 밑으로 노란 유채꽃 밭이 층층이 펼쳐진다. 그 아래 포구앞 바다에는 작은 어선들 몇 척이 고기잡이를 하는 풍경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길은 좁고 굴곡도 상당히 심한 편이었다. 운전하기도 어렵겠지만 타고 있는 사람들도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는 길이었다. 운전기사는 운전하기 까다로운 길인데도 우리 일행들을 위하여 일부러 이 길을 택한 모양이었다. 그런 길을 굽이굽이 몇 번을 돌아가자 어젯밤 잠을 설친 사람들은 하나 둘 깊은 잠에 곯아떨어진다.

버스는 천천히 달리고, 굽어도는 바닷가 곳곳에 숨어 있던 작은 포구들이 숨바꼭질 하듯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그야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잠들지 않고 그런 풍경을 지켜보던  앞자리의 친구 부인이 남편을 흔들어 깨운다.

"어머! 저 아래 좀 내려다 봐?"
"어디, 뭘 보라는 거야?"
"저 뒤쪽 좀 보라니까."

언덕 아래 아늑하게 자리 잡은 작은 포구는 정말 감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졸린 눈을 비비며 그 친구가 바라보려고 했을 때는 그 포구의 풍경은 이미 버스 뒤쪽으로 한참 밀려나 있었다.

 
▲ 유채꽃밭과 포구의 멋진 어울림.
 
ⓒ 이승철
 
 
▲ 이 포구와 저 섬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 이승철
 
 
▲ 이 화사한 바다 풍경 좀 보실래요?
 
ⓒ 이승철
 

"아저씨, 조금 전에 지나친 포구 이름이 뭐예요?"

친구부인은 아무래도 아쉬운지 포구 이름이라도 알아놓고 싶은 모양이었다.

"포구 이름은 저도 잘 모릅니다. 이 길은 그냥 지나가는 길이거든요."
"아니 저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포구를 그냥 지나치다니…."
"다음에 승용차 타고 오셔서 자세히 살펴보시고 쉬었다 가시면 좋을 겁니다."

친구 부인은 그 멋진 포구를 그냥 지나친 것이 너무 아쉬운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경치가 좋으면 뭘 하나, 대부분의 일행들은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는걸….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은 지나쳐버린 작은 포구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후에 나타난 작은 포구는 더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길 아래로 오목하게 층층이 그림처럼 내려앉은 논밭 밑으로 둥그런 형태로 자리 잡은 작은 포구가 정지용의 시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포탄으로 뚫은 듯 동그란 선창으로
눈썹까지 부풀어 오른 수평이 엿보고,

하늘이 함폭 나려 앉아
크낙한 암탉처럼 품고 있다.

-정지용의 시, <해협> 앞부분-


정말 커다란 암탉이 양쪽 날개를 벌려 품고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포근하고 아늑하게 자리 잡은 아담한 포구다. 어쩌면 저 포구에 어떤 로맨티스트가 꿈꾸는 그리움을 함초롬히 간직한 그림 같은 카페 하나쯤 있을 것 같기도 하고.

 
▲ 이렇게 아름다운 포구와 섬 풍경 보신 적 있으세요?
 
ⓒ 이승철
 
 
▲ 층층이 논밭아래 펼쳐진 저 포구, 정말 아름답지요?
 
ⓒ 이승철
 
 
▲ 저 아래가 상주해수욕장입니다.
 
ⓒ 이승철
 

"저런 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앞자리의 일행이 혼잣말처럼 하는 말이다. 포구는 어느새 또 저만큼 멀리 뒤쳐져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저 포구 어디쯤에선가는 지글지글 연탄불에 생선 몇 마리 올려놓고 술잔을 기울이는 뱃사람들의 질펀한 삶이 어우러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돌아와요 네, 돌아와요 네, 삼천포 내 고향으로…."

정말 차창 밖으로는 젓가락 두들기며 흥겹게 부르는 유행가 한 곡조가 들려올 것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정다움과 그리움을 자아내는 풍경은 달리는 해변 길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 남해 섬 구석진 곳에 이름 없는 포구로 감추어져 있었단 말인가? 어느 작은 포구는 반달 형 활모양의 방파제가 그림으로 그린 듯 바닷물에 떠 있고 또 다른 포구는 아직 잎이 피지 않은 방풍림이 사열하듯 서있는 곳도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포구들을 차창 밖으로만 바라보는 아쉬움 속에 지나치며 버스가 창선대교에 다다랐다. 작은 해협을 가로지른 창선대교를 훌쩍 지나 잠깐 달리니 멀리 삼천포대교의 하얀 아치가 바라보인다. 다리는 3개구간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창선도와 늑도를 연결하는 늑도대교. 그리고 늑도와 모개섬을 잇는 초양대교. 다음이 모개섬과 사천시를 연결하는 삼천포대교다. 삼천포대교는 걸어서 건너기로 하였다. 이 삼천포대교야 말로 아름답기로 소문난 최고의 다리가 아닌가.

다리 아래 바다 속에 떠 있는 작은 섬이 마치 푸른 수반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 멀리 바다가운데의 등대와 어선들, 그리고 점점이 떠 있는 섬 섬 섬.

다리 건너에는 산아래 시가지가 펼쳐져 있는 바닷가에 작은 항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조선시대에 축조한 인조항구로 임진왜란 때는 거북선을 정박시켜 놓고 왜적의 침입에 대비하던 대방진굴항이었다.

 
▲ 이 작은 섬도 아름답지요,
 
ⓒ 이승철
 
 
▲ 대방진굴항 전경입니다.
 
ⓒ 이승철
 
어선뿐만 아니라 작은 화물선도 보인다. 남해 섬 구석진 곳에 그림 같던 작은 포구들의 모습이 어느 새 작으나마 항구로 바뀐 풍경이 조금은 낯설어 보이기까지 한다. 아, 아름다웠던 남해 섬의 포구들이여. 이름도 모르고 지나쳐 온 그 작은 포구들이 새삼스럽게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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