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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해산굴 통과하기 정말 힘드네요"
[전국 100대 명산을 찾아서]홍천 팔봉산
2011년 03월 21일 (월) 22:09:43 이승철 시인 seung812@hanmail.net

 

 

“금방 태어났으니 응애! 응애! 울어야지!”

“호호호호 맞아! 맞아! 정말 그러네.”

“얘! 진짜 애 낳기보다 더 힘들다.”

“먼저 나왔으니까 오라비들이네요, 하하하 오라버니, 아니 오빠야!” 

해산굴을 통과한 아주머니들과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맑고 유쾌하게 울려 퍼졌다.

며칠 전에 찾은 강원도 홍천의 팔봉산 해산굴 위에서다. 좁은 바위굴을 통과하여 봉우리로 오르기는 정말 힘이 들었다. 바위 사이의 구멍이 너무 비좁고 발을 내딛기도 마땅치 않아서 위로 오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팔봉산에서 내려다본 홍천강
ⓒ 이승철
 

그래도 어렵게 바위굴을 통과하여 제4봉에 오른 일행들과 아주머니들은 기분이 매우 상쾌한 것 같았다. 먼저 오른 일행들이 “우리가 먼저 해산굴을 나왔으니 오라비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자 뒤따라 올라온 아주머니들이 ‘맞다‘고 맞장구를 친 것이다. 30~40대의 아주머니들은 10여 명이 넘었다. 

“갑자기 누이들이 10여명이나 생겼으니 오늘은 횡재한 날이네.”

“저희들도 오라비가 다섯 명이나 생겼으니 횡재한 것은 마찬가진 걸요.”

팔봉산과 같은 지역인 홍천 내촌면에서 왔다는 아주머니들은 테니스 동호회원들이라고 했다. 팔봉산은 정상이래야 해발 309m의 낮은 산이다. 그러나 산이 작고 낮다고 얕봤다간 큰코 다치는 산이 바로 이 팔봉산이다. 

'작은 금강산' 얕봤다간 큰코 다쳐요

작고 낮은 산이지만 당당히 산림청이 지정한 전국 100대 명산 중의 하나로 선정된 산이다. 더구나 홍천군이 자랑하는 홍천9경 중 제1경이 바로 이 팔봉산이다. 산은 옆구리에 해당하는 좁은 한 면을 제외하면 빙 둘러 굽이굽이 홍천강이 감싸고 흐르는 정말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팔봉산 제1봉
ⓒ 이승철
 

그래서 낮은 산이지만 결코 낮아 보이지 않고 오르고 내리기도 역시 만만치 않은 산이다. 추위도 풀려서 포근하고 햇볕 좋은 화요일 아침, 우리들은 승용차를 몰고 경춘가도를 달려 강촌에서 북한강을 건넜다. 추곡삼거리를 지나 팔봉산 관광단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길에 올랐다. 

주차비가 3000원에 입장료가 1인당 1500원씩이다. 홍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구름다리를 지나면 바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빙 둘러 흐르는 강 가운데 여덟 개의 바위 봉우리가 형제들처럼 뾰족뾰족 다정하게 솟아 있어서 오르는 길은 곧장 오르는 가파른 길이다. 

“어이쿠! 힘들어 잠깐 쉬어가지. 낮은 산이라기에 쉬울 줄 알았는데 이산 이거 보통 산이 아니구먼.” 

젊은 시절부터 평소 등산을 자주 하지 않아서 팔봉산에 처음 오르게 된 일행이 혀를 내두른다. 시련은 제1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날카로운 바윗길이 가파른 봉우리는 상당히 위험하고 또 오르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팔봉산 제2봉
ⓒ 이승철
 

 8개의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져서 팔봉산

“등산은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힘들어 하면 8봉까지 모두 돌아 내려오기가 어렵겠는 걸.”

정말 그랬다. 제1봉에서 힘이 꺾인 일행은 내리막길에서는 더욱 힘들어 했다. 산행은 항상 오르기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협적인 바위산은 더욱 그랬다. 그야말로 설설 기다시피 1봉에서 내려와 제2봉을 향했다. 

제2봉은 높이는 제1봉보다 훨씬 높았지만 위험한 곳은 오히려 많지 않았다. 2봉에 오르자 장난감처럼 작은 집들이 나타났다. 하나는 조화를 가득 들여놓은 집이었고 또 다른 집은 '삼부인당'이라는 문패가 붙어 있었다. 이곳이 바로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인 조선 선조 때부터 3명의 부인에 대한 전설이 깃든 삼부인당이었다. 

인근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위해 마을주민들이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고 한다. 삼부인당 뒤편에는 석유 화로도 보이고 집 앞에 신발 두 켤레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집 안에 있는 것 같았지만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팔봉산 제3봉
ⓒ 이승철
 

“히야! 정말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구먼.”

“저 굽어 돌고 흐르는 강줄기 좀 봐. 그리고 저 멀리 바라보이는 산이며 골짜기 풍경. 정말 대단하구먼.” 

평소 잘 감탄하지 않는 두 사람 일행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제2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굽이굽이 홍천강의 모습과 멀리 가까이 바라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천하절경이다. 홍천군이 자랑하는 제1경으로서 손색이 없는 풍경이었다. 

제3봉으로 향했다. 이 팔봉산은 특징 중 하나가 비록 작은 바위 봉우리들이지만 봉우리마다 오르내리는 선이 분명하고 봉우리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슬아슬한 절벽 길을 내려서서 다시 3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3봉도 역시 험하기는 마찬가지. 밧줄을 붙잡고 바위모서리를 의지하여 간신히 오르자 둥글넓적한 바위 위에 팔봉산이라는 표지글이 새겨져 있다. 

이 봉우리가 팔봉산의 정상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 그냥 육안으로 보기에는 2봉보다 조금 낮은 것처럼 보인다. 3봉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강이 빙 둘러 흐르는 산이어서 어느 봉우리에서나 툭 트인 시야와 함께 굽이굽이 감싸고 흐르는 강줄기가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팔봉산 제4봉
ⓒ 이승철
 

제4봉으로 오르는 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철제 사다리를 올라야 한다. 밑에서 바라보는 사다리 위쪽이 아스라하다. 그 아스라한 하늘 바위에 걸린 소나무 한 그루가 마치 한 폭의 그림인양 아름답기 짝이 없다.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서면 가까운 곳에 해산굴이라고 부르는 바위통로가 있다. 

같은 해산굴에서 방금 나왔으니 우리들은 남매지간 

상당히 비좁고 가파른 바위 사이를 뚫고 올라가는 굴이 바로 해산굴이다. 또 다른 이름은 장수굴, 일행들이 해산굴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두 명의 일행은 몸집이 85kg이 넘는 거구들이다. 그들이 비좁은 바위굴을 통과하여 올라가기는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그래도 밑에서 받쳐주고 위에서 끌어주어 가까스로 올라선 곳이 제4봉 정상이었다. 우리들이 어렵게 뚫고 올라온 해산굴을 바로 뒤쫓아 온 10여 명의 여성등산객들은 훨씬 수월하게 통과했다. 그렇지만 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팔봉산 제5봉
ⓒ 이승철
 

“엄마야! 힘들다 힘들어, 전에 애 낳을 때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설마 그럴 리야 있겠는가. 다 지난 일이어서 그렇지 실제로 애를 낳는 일만큼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같은 해산굴을 통과했으니 우리 이 산에서는 남매지간입니다.”

“그럼요, 그럼 우리들보다 먼저 나오셨으니 오빠들이네.”

누군가 농담을 하자 아주머니들도 맞장구를 치고 나온 것이다. 

“자! 그럼 남매가 되었으니 기념으로 복분자술 한 잔씩 어때요?”

아주머니들은 배낭에서 커다란 병을 꺼내들고 붉은 액체를 한 잔씩 돌린다. 집에서 담갔다는 복분자술이었다. 모두들 달콤하고 쌉쌀한 맛에 입맛을 다신다. 

   
팔봉산 제6봉과 꽃봉오리를 맺은 생강나무
ⓒ 이승철
 

“복분자술 마시면 요강 깨뜨린다는데 이걸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요? 그냥 깨뜨리면 되는 거지. 우하하하하.”

실없는 농담 한 마디에 모두들 웃음보를 터뜨린다. 다시 제5봉으로 향했다. 5봉부터 7봉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힘들어하던 일행 두 명은 5봉과 6봉 사이의 계곡을 따라 하산하기로 했다.  

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는지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바위 봉우리에서 어지럼증은 아주 위험한 증세다. 아차! 하면 아주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 두 명을 내려 보내고 6봉과 7봉을 거쳐 8봉에 올랐다.  

마지막 8봉은 높이는 가장 낮았지만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8봉에서 우리들보다 앞서 올라간 내촌면 아주머니들이 기념촬영을 한다. 그녀들이 우리들에게 해산굴을 먼저 통과한 오빠들이라고 하자 그녀들보다도 먼저 와있던 다른 아주머니 두 명이 그럼 자기네들이 더 먼저 통과했으니 우리일행들의 누나라고 주장하며 웃는다. 

   
팔봉산 제7봉
ⓒ 이승철
 

“그럼 그렇게 하지요 뭐, 오늘 이 산에서 우리들은 모두 한 살배기 갓난애들이니까, 먼저 난 누나가 맞네요.”

그러자 그녀들이 수줍게 웃는다. 사실 그녀들은 우리 일행들보다 훨씬 나이가 젊은 축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멋진 풍경에 푹 빠진 산행 

“자, 그럼 누나와 누이들 먼저 내려가시죠?” 

나이 많은 우리일행이 익살을 부리자 모두들 웃음보를 터뜨리며 하산길로 나섰다. 하산길도 급경사로 가파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밧줄과 쇠파이프로 만들어 놓은 손잡이, 그리고 발판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았다. 

강변으로 내려와 처음에 등산을 시작했던 다리 쪽으로 가는 길은 바위절벽 아래로 나있는 작고 비좁은 길이었다. 흡사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그런 절벽 아래 물가의 길을 빠져 나오자 이번에는 출렁다리 길이다.  

   
팔봉산 제8봉과 내촌면 테니스회원들
ⓒ 이승철
 
   
팔봉산 아래 홍천강 바위절벽길
ⓒ 이승철
 

출렁다리를 건너며 뒤따르던 다른 여성 등산객이 건들건들 다리를 흔들자 앞서 걷던 다른 여성 몇이 “엄마야”를 외치며 무섭다고 주저앉는다. 모두 따뜻한 봄날 경치 좋은 산과 강변 풍경에 젖어 동심으로 돌아간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날 팔봉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100여 명에 이르는 것 같았다. 작고 낮지만 기암괴석과 절벽이 어우러지고 맑고 풍치좋은 홍천강이 감싸고 흐르는 작은 금강산 팔봉산은 정말 아름답고 멋진 산이었다.

 

 

 

 

Years(세월) / Barbara Mandr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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