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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역시 서울보다 포근하네요
혹한을 피해 떠난 부산여행기/달맞이고개와 죽도
2011년 02월 20일 (일) 23:36:21 이승철 시인 seung812@hanmail.net
 
올겨울 추위는 참 유별났다. 멈칫거리던 가을이 채 떠나기도 전에 슬며시 다가온 동장군이 첫 추위부터 용맹을 떨쳤기 때문이다. 첫눈치고는 제법 소담스럽게 펑펑 쏟아진 눈이 미처 지지 못한 단풍잎을 쓸어내리더니만 눈과 함께 꽁꽁 얼려놓고 2주째 풀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 달맞이 언덕 해월정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 이승철
 
춥다. 한마디로 너무 추운 것이다. 예년 같으면 추위도 서서히 추워지고, 추웠다 풀렸다 하는 사이 사람들도 서서히 추위에 적응하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첫눈이 내린 후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연일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져 사람들의 움츠러든 어깨를 펴지 못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기에 겨울여행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평소에는 추위 때문에 행동이 부자유스럽고 산천초목도 얼어붙은 겨울철은 그만큼 볼거리도 적어서 여행을 피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서울을 일단 벗어나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목적지는 부산으로 정했다. 아는 친지가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호의도 있었고 또 남쪽지방이어서 서울보다는 한결 덜 추우리라는 계산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서울의 혹한을 피하여 떠난 피한 여행인 셈이다.

지난달 14일 아침 아내와 함께 서울역에서 10시 30분에 떠나는 ktx에 몸을 실었다. 서울과 부산을 한나절 생활권으로 묶은 고속철도는 실감나게 쌩쌩 잘도 달렸다. 차체에 부딪치는 공기 저항에 의한 것인 듯 약간의 소음이 조금 신경을 거슬릴 뿐 열차 안은 쾌적한 상태였다.

 
▲ 달맞이 언덕 위에 있는 해월정.
 
ⓒ 이승철
 
창밖의 풍경은 그동안 내린 눈이 추위 때문에 녹지 않아 대부분 설경이었다. 그렇게 대전까지 이어진 설경은 대전을 지나면서부터 사라지고 황량한 풍경으로 바뀌었다. 도시들도 산과 들도 혹한에 싸늘하게 말라붙은 잿빛 풍경이 추위처럼 을씨년스럽다.

부산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20분. 정확하게 2시간 50분 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파한 것이다. 대합실 밖으로 나서니 해양도시 특유의 바닷바람이 왈칵 가슴으로 안겨온다. 그러나 몹시 차가운 느낌은 아니다. 부웅! 근처 항구에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가 추억처럼 아련하다.

"역시 부산은 포근하네"

오리털 파커의 앞섶을 여미려다가 오히려 단추를 풀며 아내가 감탄을 한다.

"그러네. 이 두꺼운 옷은 부산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구먼."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동백역에서 내려 지나가던 행인에게 우리들이 묵을 숙소를 물으니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서울에서 입고 간 두꺼운 옷을 벗어 놓고 조금 얇은 옷으로 갈아 입었다.

우선 동해안 쪽으로 코스를 잡았다. 겨울의 해운대 해수욕장은 그냥 썰렁한 모습이다. 겨울 정취를 찾아 나선 젊은 연인들 몇이 모래톱을 거닐거나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밀어를 속삭이는 모습이고,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모래톱을 할퀴고 있었다.

 
▲ 죽도 해안 풍경
 
ⓒ 이승철
 
달맞이 언덕.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해월정(海月亭)에 오르니 절벽 아래 펼쳐진 바다가 장관이다. 달맞이 언덕이니 밤에 뜨는 달을 보는 경치가 좋은 곳이겠지만 낮의 경치 또한 기막힌 절경이다. 햇살을 받은 바다는 하얀 은빛으로 반짝이고 그 빛 속으로 흐르듯 지나가는 작은 배 한 척이 그림 같은 모습이다.

왼편 언덕과 길가에는 여기가 유럽이 아닐까 착각이라도 일으킬 정도로 유럽풍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대부분 레스토랑, 커피숍, 미술관, 음식점들과 함께 이국적인 빌라 촌이 형성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저 건물들 대부분이 서울 사람들 것이랍니다. 일종의 별장인 셈이지요."

운전기사의 설명이다. 정말 이렇게 경치 좋은 곳이라면 부자들이 별장으로 욕심을 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 시내여서 교통도 좋은 편이고 시내가 가까우니 생활하기도 편리할 것이다.

 
▲ 죽도 송일정
 
ⓒ 이승철
 
"저 집 보이시죠? 삼각형 나무지붕. 저 레스토랑은 경치도 좋고 집이 환상적이어서 주말이면 신혼여행 온 커플들이 많이 찾는 곳이랍니다."

그 집은 정말 넓은 원목 테라스와 함께 집 전체가 유럽의 어느 별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거리 전체가 젊은이들에게는 환상의 세계랍니다. 아기자기한 해안선과 툭 트인 바다. 그리고 이국적인 건물들과 분위기가요."

정말 몇 곳의 갤러리에서는 풍경과 어울리는 그림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면 오른 편으로 작은 포구가 내려다보인다. 청사포다. 청사포는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로 하고 송정 해수욕장 끝에 있는 죽도로 향했다. 송정해수욕장 역시 텅 빈 모습은 그대로 겨울 풍경이다. 다만 백사장 모래톱에 모여든 수많은 갈매기 떼가 지난 여름의 인파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 죽도 송일정 옆의 커다란 바위 모습. "장군바위"라고 하면 어떨까요?
 
ⓒ 이승철
 
죽도, 옛날에는 섬이었겠지만 지금은 섬이 아니다. 송정해수욕장 끝에 자그맣게 붙어 있는 모습이 멀리서 바라보면 한 그루 커다란 느티나무를 보는 것 같다. 옛날에는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竹島)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많은 대나무는 전시용(戰時用) 화살로 쓰이기 위해 경상좌수영으로 보내졌었다고 전하나 지금은 그저 작은 대나무 몇 그루가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 쭉쭉 뻗어 올라간 송림이 아름다운 모습이다.

섬 끝에는 날씬한 몸매의 송일정(松日亭)이라는 정자가 날아갈 듯 바다 쪽으로 불쑥 튀어나와 서 있다. 그 옆에는 이름 없는 커다란 바위가 차가운 바닷물에 우뚝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장엄하기까지 한데 이 멋진 바위가 왜 이름이 없을까 의아스럽다. 그래서 이름을 하나 지어 주기로 하였다. '장군바위' 어떻습니까? 죽도를 지키는 장군바위가.

섬 꼭대기에 오르니 대나무 모습을 한 작고 예쁜 비가 하나 서 있다. 죽도 표시비다. 그런데 비의 몸체는 온통 낙서투성이다. 그래도 매우 불쾌한 마음이 들거나 눈살이 찡그려지지는 않는다. 00야 사랑해! 오빠 사랑한다. 우리 영원히 행복하자. 000 다녀가다, 오빠야 나 잊지마! 내용들이 애교스러워서일까?

 
▲ 섬 꼭대기에 있는 죽도 표시비(온통 낙서투성이입니다)
 
ⓒ 이승철
 
꼭대기에서 내려오니 파도소리가 요란하다. 작은 섬을 에워싸고 몰려드는 파도들이 끊임없이 바위 절벽에 부딪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송정해수욕장에 몰려와 있던 갈매기 떼가 끼룩거리며 일제히 날아오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부지런히 카메라를 꺼냈지만 너무 멀리 날아간 갈매기 떼는 잡히지 않고 수평선 멀리 부표처럼 떠 있는 작은 등대만 아스라하다. 하릴없이 발길을 돌려 청사포 가는 길을 재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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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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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182.XXX.XXX.11)
2011-03-09 06:30:56
부럽습니다
두분 여행 다니시는 걸 보니부렵습니다
저도 장로님 나이가 되서 제 아내와 여행 다닐수 있겠죠 ? (^^)
전체기사의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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