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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을 부끄럽게 하는가?
[룩소르에서 다마스쿠스까지 69, 마지막회]귀국길에서
2010년 07월 05일 (월) 11:49:04 이승철 시인 seung812@hanmail.net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하세요.”

그렇게 황당할 수가 없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읽게 된 한글이 하필이면 이런 경고 안내문으로 쓰이다니. 한국 관광객들이 얼마나 질서를 지키지 않았으면 이런 안내판을 한글로 세워 놓았을까?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을 부끄럽게 하는구먼.”

안내문을 읽으며 일행 한 사람이 혀를 끌끌 찼다. 2주 동안 아프리카 북단에 있는 이집트와 요르단, 시리아, 이스라엘 등 중동 3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관광지 몇 곳에서 만난 우리 한글이 하필이면 이런 경고문이어서 모처럼 만나 반가워야 할 우리 한글을 부끄럽게 했다. 

누가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을 부끄럽게 했는가 

“들어가지 마시오”는 이집트 관광지였고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하세요”는 이스라엘의 아주 오랜 교회였다. 모두 한국인 관광객들, 그중에서도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와 유적들이다. 막무가내로 아무 곳에서나 떠들어대고 질서 안 지키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가이드의 귀띔이고 보면 한글 안내문이 세워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이집트의 카이로 공항에서 일본의 오사카행 비행기를 탄 것은 지난 2월 3일이었다. 중동과 아프리카 여행은 그래도 매우 즐겁고 유익했다. 평생 처음으로 이 지역을 여행했으니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던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했을 것이다. 

그런데 귀국길 비행기에서 왜 하필이면 씁쓸한 기억이 먼저 떠올랐을까? 그것은 어쩌면 내 뒷자리의 일본인 부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나이가 60대 중반쯤이었는데 언제 술을 마셨는지 내 자리까지 상당히 진한 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목소리도 너무 컸고 가끔씩 내가 앉은 의자 뒤를 발로 툭툭 걷어차 기분을 상하게 했다

   
카이로 공항 풍경
ⓒ 이승철
 
   
지중해 하늘의 구름풍경
ⓒ 이승철
 
매너가 고약한 여행객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넘긴 내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주의를 준 다음에야 그들의 행동이 줄었지만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기분 나쁜 존재가 되고 있었다. 유적지에 한글 안내문을 설치한 이들에게 한국인 관광객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 

오사카행 비행기는 룩소르로 갈 때와는 달리 지중해를 거쳐 중앙아시아 쪽의 항로를 날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지자 귓속이 멍해지면서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아득한 느낌이 온몸을 휩싸고 돈다. 몇 번인가 손바닥으로 귀를 막았다가 여는 동작을 반복한 후에야 다시 귀가 열렸다. 

“으아아앙! 으아아앙!”

바로 그때 어디선가 아기 우는소리가 날카롭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뒤쪽이었다. 아기와 엄마는 카이로 공항에서 탑승할 때부터 우리 일행들이 돌봐 주었던 이집트 승객이었다. 아기를 안고 탑승하는 이집트 여성의 짐을 우리 일행들이 들고 함께 탑승했던 것이다. 

한국인 할머니를 좋아하는 이집트인 아기 

아기 엄마는 우는 아기를 달래려고 애를 썼지만 아기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심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때 앞쪽에 앉아 있던 우리 일행 중의 한 여성이 일어나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기에게 손을 내밀며 아기 엄마에게 눈짓을 하자 아기 엄마가 아기를 넘겨주었다. 

아기를 안은 여성은 50대 후반으로 손자 손녀가 있는 할머니였다. 그 분은 자녀를 낳아 기르고 손자 손녀들을 돌봤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기를 안는 자세부터 아기엄마와는 달랐다. 아기를 안고 몇 번 어르자 아기는 금방 울음을 그치고 밝은 표정이 되었다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아기(위)와 기분 좋은 표정의 아기
ⓒ 이승철
 
 
   
귀국길의 지중해 항로
ⓒ 이승철
 
아기 엄마인 이집트 여성은 초산인 듯 아기를 안고 돌보는 솜씨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능숙한 솜씨로 아기를 안고 어르며 금방 아기와 친해졌다. 그렇게 아기를 돌보기 시작한 아기 보기는 오사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무려 10시간 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아기가 도무지 이 할머니로부터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기는 엄마에게 안겨주면 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할머니가 안으면 거짓말처럼 방글거렸다. 아기 엄마도 아예 아기 보는 것을 포기했는지 우리 일행들에게 맡겨버리고 잠이 들었다. 

기내식을 먹을 때도 아기는 여전히 할머니 품에 있었다. 아기 엄마는 미안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기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10시간의 비행을 좁은 좌석에서 견딘다는 것이 아기에게 무리였을 것이다. 

아기가 칭얼거릴 때마다 할머니는 아기를 안고 기내를 걸어다녔다. 그럴 때면 우리 일행들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아기를 어르며 좋아했다. 그럴 때마다 아기도 방글방글 웃으며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지루한 10시간의 비행 끝에 일본의 오사카 공항에 도착했다. 이집트인 아기 엄마는 오사카에서 근무하는 이집트인 남편이자 아기 아빠를 만나기 위해 아직 어린 아기와 함께 멀고 먼 여행을 감행한 것이었다. 내릴 때도 우리들이 그녀의 짐을 옮겨 주었다. 

   
이집트 항공 기내식
ⓒ 이승철
 
 
   
오사카 공항 풍경
ⓒ 이승철
 
탱큐! 탱큐! "

공항에서 대기했다가 서울로 돌아와야 하는 우리들과 헤어져 입국장으로 나가면서 이집트인 아기 엄마는 고마운 마음을 짧은 한마디의 영어로 표현하느라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기를 안고 10시간 동안이나 비행기 안에서 함께 했던 할머니는 아기와 헤어지는 것이 몹시 서운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렇게 정든 할머니의 마음을 알았을까? 아기도 헤어지는 것이 섭섭한지 엄마의 등 뒤로 얼굴을 내밀고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본인들보다 잘 생기고 멋진 한국 젊은이들 

오사카공항에서 무려 4시간을 기다려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우리 국적기에 탑승했다. 몇 사람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공항 밖 오사카 시내를 잠깐 돌아보고 돌아왔다. 

“역시 일본인들보다는 한국인들의 인물이 훨씬 훤칠하구먼, 옷차림도 말쑥하고.”

오사카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을 비교한 우리 일행이 소감을 말한다. 거의 대부분이 일본인인 공항 대기실에서 본 일본인은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본 한국인보다 대체로 작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오사카 공항 대기실의 우리 돈 9천원짜리 우동
ⓒ 이승철
 
 
   
비행기 날개 밑으로 지는 태양
ⓒ 이승철
 
“우리 알아맞히기 해볼까요? 저 앞쪽에서 걸어오는 젊은이들 일본인일까요? 아니면 한국인일까요?”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갑자기 던진 질문이었다. 앞쪽에서 걸어오는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은 훤칠하고 말쑥한 모습이었다. 

"저들은 외모가 반듯하고 훤칠한 것이 우리 한국인들 같은데요?"

내가 느낌대로 말하자 옆자리의 일행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그들의 말은 분명히 우리말이었다. 같은 느낌으로 알아맞힌 우리는 마주 보며 웃었지만 기분은 매우 좋았다. 

그 뒤에도 몇 무리의 사람에 대한 국적 알아맞히기를 했지만 거의 대부분 외모에서 오는 느낌이 적중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는 생각이요 행동이었다. 일본인과 한국인은 외모로는 금방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런 외모를 옷차림과 키 크기, 인상에서 오는 느낌으로 구별해 한국인들이 더 잘 생겼다고 우쭐해지는 마음 말이다. 공항 안에서 4시간을 보내는 무료함 때문이었다. 

오사카 공항은 도쿄의 간사이 공항과 함께 일본이 자랑하는 최첨단 공항이다. 공항 안에는 내부 전철이 운행되고 있어서 편리했다. 이 내부 전철은 공항 밖 시내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공항 구내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아주 간단한 우동 한 그릇이 우리 돈 9천 원씩이다. 인천공항에서라면 4~5천 원짜리였다. 

   
구름 위로 피어 오른 저녁놀
ⓒ 이승철
 
탑승수속이 시작될 때쯤 시내에 나갔던 일행들이 돌아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오사카만과 바다풍경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륙한 지 30여분이 지나자 솜처럼 몽실몽실 깔린 구름 위에 떠 있던 붉은 해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잠시 후 태양은 사라지고 비행기 날개와 구름 사이에 노을이 붉게 물드는 모습이 황홀하다.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하늘은 곧 어두워졌다. 그 어두운 하늘을 날아 동해 상공에 이르자 바다 위에 점점이 반짝이는 불빛들이 나타났다.  

아! 그리웠던 내 조국 강산이여!

 

 

덧붙이는 글

그동안 69회에 걸쳐 연재한 중동 4개국 여행기는 이번 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 부터는 국내여행기와 산행기를 올리겠습니다.

2007.12.07 16:41 哲李印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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