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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없는 목사, 백 없는 교회 |
| 그러다보니 더 주님만 바라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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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독히도
세상 백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교사 가정에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
평범한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평범한 그리스도인으로
그렇게 자랐다.
다행히도 우리 집안엔
그 동안 우환이 별로 없어서
백을 찾아다니며 해결해야할
그런 일들이 별로 없었다.
결혼 역시 그러했다.
아무런 세상 백 없는 가정의 자매와
결혼하여
나는 더욱 평범한 그런 가정을 이루었다.
솔직히
나는 세상 백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신학생 시절,
기라성 같은 목회자 자녀들,
- 우리는 그들을 황태자라고 불렀다 -
기독교 신앙 몇 대 째의 집안,
이미 학교 안에서
교수님들과 얼굴을 트고 지낼 정도의
면식이 넓은 친구들을 볼 때
부러움도 있었지만,
오기가 생겨
나는 너 보다 더 기도하리라,
나는 너 보다 더 공부하리라,
나는 너 보다 더 성실하리라,
나는 너 보다 더 …….
그런 다짐에 다짐을 했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세상 백을 자랑하는 이들을
마음속으로 경멸 비슷하게 했다.
그 결과,
아니 그 후, 어찌 되었을까?
나는 하나님께서 열어주시지 않으면
임지를 찾아갈 수 없었고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지 않으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신학교 졸업반,
11월30일부로 교육전도사로 섬기던 교회를 사임했다.
그리고 12월 2일에
장신대 중창단으로 미국 순회 연주를 떠났다.
그 때 이미 다른 친구들은
순회 연주 다녀와서 부임할
전담 임지를 정해놓고 갔는데
나만 임지가 없이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여행을 하지만,
마음은 다급하였다.
이제 돌아가면 나는 임지가 없는데,
주일이 되면 섬길 교회가 없는데 …….
더 주님만 바라볼 수밖에.
12월 28일에 돌아와서
역시 갈 곳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12월 30일,
생각지도 않은 교회에서 나를 부르게 하셨다.
그리곤 그 이후의 나의 임지 행보도
늘 그런 식이었다.
그야말로
나는 철저하게 하나님께 목을 맨
그런 신세,
누구 말대로 벼랑 끝에서 웃게 하시었다.
놀라운 것은
그래도 우리 교단에서 장자(?) 교단이라고 하는
서울 노회에 담임 목회자로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입성(?)한 이는
바로 나 이다.
굉장히 빨리 출세(?)한 것이다.
그저 하나님에게만 목을 매고 달려왔더니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서울 노회 왕십리중앙교회에 와 보니
세상에 이 교회도 나처럼 그렇게 세상 백이 없는
그런 교회였다.
타 교회에서는 흔하디흔한
사장, 의사, 변호사 등
세칭 그런 이들이 별로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어디 가서 상담을 해야 할지
의논하고 도움을 받을만한 그런 백이 하나 없었다.
교회들마다 세상 백, 권세 있는 이들과
나름대로 다 연줄을 갖고 있는데
우리 교회는 그런 줄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그러기에 내가 이곳에
오게 되었나 보다.
그런데 지금,
이 복잡한 문제들,
이 얽히고설킨 문제들,
이 속이 타는 문제들,
약자만이 당하는 이 억울함들,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정말 속이 타고 타는데
나의 유일한 힘이었던
하나님께서는 아직도 침묵하신다.
그리고 상황은 약자의 비굴함같이
세상 권세와 그 비웃음에
눈치를 보며 저자세로 …….
목사가 되겠다고 신학교에 간 이후
죽은 줄 알았던
그 저항 의식이 자꾸만 꿈틀댄다.
이것마저 죽이라고 하시는 건지
아니면 그거라도 다시 불러일으켜
문제를 해결하라시는 건지 …….
이제 때가 되었다는 신호인가?
그럼에도 나는 목사,
주님의 말씀을 따라야지.
죽어도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다 죽어야지.
그래야 주님 앞에 할 말이 있지 않은가.
주님을 바라는 자는 수치를 당치 않으리라 하셨으니,
애급의 말을 기대지 말라 하셨으니
더욱 더 주님만 바라보아야지,
더욱 더 주님만 의지해야지.
죽이시든 살리시든 주님의 손에
주님에게만 모든 것을 걸어야지.
여호와의 열심이 이루신다고 하지 않았던가!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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