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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회상록을 읽고 |
| 한국교회 초기에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삶에 대한 고백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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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홀(William J. Hall,1860-1894,한국명,忽,혹은 賀樂은 캐나다 출신 미국 감리교 의료선교사이며 목사다. 온타리오 주 글렌 뷰엘(Glen Buel)에서 장로교인이며 석공인 조지 홀의 맏이로 통나무집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열심히 교회에 다녔으며 14세 때 거듭나는 체험을 하였다.
1881년 아덴(Ashen)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사자격증을 받아 2년간 교사로 일하였다. 1885년 퀸즈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였으나 중도에 뉴욕 벨레뷰(Bellevue)병원 의과대학으로 옮겨 1889년 이 학교를 졸업하고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하자마다 곧 미국 감리교에서 추천하는 뉴욕 빈민가 선교 사업에 참여하였는데 이곳에서 셔우드(Rosetta Sherwood)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이들은 한국 의료선교사로 파송되어 1892년 6월27일 한국에서 결혼하였다.
오 후 5시 황해도 해주에 있는 결핵카페에서 닥터 홀 선생님들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멀리 황해의 아름다운 섬들이 황색 노을빛에 진하게 물들고 있었다. 뒤편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소나무 향기가 가슴 깊숙한 곳까지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구한말 선교의 황무지에서 일제 말기 부흥의 물결이 전국을 강타하기까지 그 생생한 역사 한가운데 계셨던 홀가(Hall Family)의 선교사님들을 뵙는다는 생각에 뛰는 가슴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곳 결핵카페는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요양원이 세워졌던 장소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이 논의되었던 역사적인 현장이기도하다. 이런 저런 생각하는 동안 어느덧 결핵카페에 다다랐고 벌써 네 분의 선교사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윌리엄 홀(William J. Hall 1860-1894: 셔우드 홀의 아버지), 로제타 홀(Rossetta Sherwood Hall 1965-1951: 셔우드 홀의 어머니), 셔우드 홀(Sherwood Hall 1894-1951), 메리안 홀(Marian Hall 1896-1991 셔우드 홀의 부인). 가슴 벅차 오르는 이름들. 이렇게 네 분의 닥터홀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네 분의 선교사님들을 우리나라에 보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선생님들의 조선에서의 삶에 대해 책으로 읽은 적이 있는데 저는 여러 번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 외에(눈물이 뚝뚝). 참 저희 누가회에서 선생님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하나하나 주시는 말씀에 저희는 많은 도전을 받을 것입니다. 먼저 아버님 홀(월리엄 홀)께 여쭈어보겠습니다. 어떻게 조선을 선교지로 택하게 되셨는지요?
윌리엄 홀(아버지홀): 저는 의대 졸업 후 선교사로 파송받기 위해 뉴욕의 빈민가에 있는 선교본부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며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감리교 선교회는 저를 중국으로 파송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저도 중국으로 파송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미국 감리교 선교회에서 닥터 스크랜턴 후임으로 저를 조선으로 파송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조선으로 가지 못하게 될까 마음을 졸였습니다. 거기는 제 사랑하는 약혼녀 로제타(Rossetta Sherwood Hall 1965-1951)가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저희 가족은 조선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때 중국으로 갔더라면…….
그럼 약혼녀인 로제타홀 선교사님이 끌어들이신 셈이군요. 참 조선에서 예수님처럼 사셨다고 하던데. 윌리암 홀(아버지홀): 무슨 그런 말씀을. 하기야 저도 30년을 고국에서 보내고 선교지에서 3년간 사역하다 죽었으니 그런 면에서 보면 예수님을 닮았네요.
저 는 조선에 도착한 후 선교회로부터 정탐여행을 떠날 것을 명령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경성(서울) 이외의 지역에 외국이 거주하는 것이 불법이었기에 거의 모든 선교사들이 경성을 중심으로 있었지요. 정탐여행 후 저는 평양이 최적의 선교기지라고 보고했습니다. 이곳은 당시 조선에서 가장 문란하고 더러운 도시로 우상을 섬기는데 적극적이며 또한 사람들 성품이 포악하기로 정평이 나있었습니다.
저 는 오히려 이곳이 선교도전대상지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평양에서 처형을 당할 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평양을 기독교의 근거지로 개척하는 데 의사의 신분은 상당히 유효했습니다. 저는 의료를 중심으로 선교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죽은 뒤 과연 그곳은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림만큼 선교의 성공지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여기 오던 3년째 되던 해인 1894년 청일전쟁이 터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부상당했고 전염병까지 돌았습니다. 선교부에서는 경성으로 후퇴할 것을 명령했지만 환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그만 말라리아에 걸렸고 경성으로 옮기던 중 발진티프스까지 겹쳐 그만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결혼 한지 2년 반만의 일이었습니다.
한 살짜리 아들과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선교기지 구축문제로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로 아내와 같이 있었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짧은 3년이었지만 언젠가 제가 동료 선교사에게 진료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이 일을 어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한평생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도우며 살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로 제타 홀(어머니 홀): 그때 당신은 정말 너무 했습니다. 당신이 평양에서 돌아오던 날이면 행복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지요. 그 달콤한 꿈같은 시간은 황무지엔 난 풀 같은 2년 반이었습니다. 당신을 하나님께 드리고 제가 다시 미국에서 조선으로 돌아오자 당신의 죽음을 뱃속에서 지켜보던 둘째 에디스(1895-1898)가 이질로 당신을 뒤를 따랐습니다.
저는 너무 힘들었고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하나님이 남편과 에디스를 빼앗아가지 않으셨다면 하나님을 더욱 잘 믿고 의지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회복 되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렸고 선교사로서 이런 생각이 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욱 힘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몸이 좋지 않아 조선으로 떠나기 전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선교지에서 얼마나 버틸지 몰라 처음엔 윌리엄 당신의 청혼도 거절했었는데 이렇게 당신과 아이가 먼저 떠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결국 은퇴 할 때까지(1933년)의 43년을 조선에서 살게 되었지요.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참 로제타 선교사님은ꡐ처음ꡑ이라는 칭호가 무척 많다고 하던데요? 로제타 홀(어머니 홀): 제가 1890년 조선 땅을 밟은 이후로 1년 8개월 만에 약혼자 윌리엄과 결혼을 했는데 한국에서의 첫 국제결혼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첫째 아들인 셔우드가 태어나면서 조선에서 아이를 낳은 첫 서양인이 되었지요. 하기야 제가 평안도 지역에 거주했던 첫 서양여인이라고 하더군요. 평양에 있을 때 저와 아기 셔우드를 구경하기 위해 하루에 천명 이상씩 집을 다녀갔던 걸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그리 고 평양최초의 서양병원과 최초의 어린이 병동을 설립했고, 조선어 점자를 개발하여 최초의 맹인농아학교를, 최초의 여자 의학교(현재 고려대 의대)를 세웠습니다. 그밖에 동대문병원(현 이대 부속병원), 인천기독병원, 인천 간호보건대학을 세웠습니다. 이거 원 제 자랑하는 것 같아서 쑥스러워 더 이야기를 못하겠습니다. 그냥 오래 살다보면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참 로제타 선교사님은 미국이 뽑은 미국의 200대 여인(Notable American Women)의 한 사람으로 뽑히셨다고 들었는데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이번엔 사실상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셔우드 홀 선생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다른 서양인 선교사님들과는 색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셔우드 홀: 내래 고조 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네다. 아차, 죄송합네다. 제가 평양 출신이라……. 저는 1893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18세까지 평양에서 자랐습니다. 다른 한국인과 어울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머니는 저를 한국인 손에 자라게 하셨고 또래의 어린이들과 같이 뒹굴며 크게 하셨습니다.
개구쟁이 노릇도 많이 해서 어른들(한국)로부터 버릇없다고 꾸지람도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산과 들을 맘껏 뛰놀던 어린 시절이 많이 생각납니다. 제 고향은 평양이고 제 모국어는 평안도 사투리입니다. 저는 생각하는 것도 조선 사람같이 생각했습니다. 말하자면 무늬만 서양 사람이었지요.
선교사 자녀라고 다 선교사가 되는 것은 아닐 턴데 어떻게 선교사의 길을 택하게 되셨나요?
셔우드 홀: 제가 14살 되던 해인 1906년 8월의 일입니다. 어머니가 일하시던 평양의 선교사님들이 원산의 캐나다 의료선교사인 하디(R. A. Hardie)를 특별예배에 초청하였습니다.
그 는 아버지가 세운 교회에서 조선말로 설교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서양으로 돌아가서 사업가가 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예배 후에 의료선교사가 되어 조선으로 돌아오리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닥터 하디의 설교는 지금도 제 마음에 감동이 되어 파도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설교를 통해 저는 ‘계속적인 기도를 통해서만 영적인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영적인 힘으로 마음이 열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디 선교사님은 1907년 평야의 대부흥운동을 주도하였던 인물이었는데 그 새 기독교 신자 중 하나가 저인 셈입니다.
그랬군요. 셔우드 선교사님의 하면 결핵이 생각이 나는데 선생님이 결핵을 저주(^^)하셨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혹 결핵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라도 있으셨는지요?
셔우드 홀: 물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에스더(김점동 1877-1910 에스더는 세례명) 이모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에스더라면 혹…….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의사 말씀…….
셔우드 홀: 고져 말 잘라먹지 마시라우…….
죄송.
셔우드 홀: 그는 저에게 누나이자 이모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머니는 일을 돕게 하시려고 이화학당에서 두 명의 여학생을 뽑으셨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에스더 이모였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조선에 도착하시던 해부터 같이 일해 온 가족과 같은 분이었습니다.
제 가 이모의 한국 이름(김점동)을 놀릴 때면 제 어렸을 적 기저귀 갈아주던 이야기를 하시며 놀리던 기억이 납니다. 에스더 이모는 영어를 무척 잘 했고 무척 똑똑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1894년) 어머니는 에스더 이모와 남편 박유산(어머님 소개로 결혼)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셨습니다.
거기서 이모는 볼티모어 여성의과대학(현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00년 귀국하였습니다. 그곳에서 남편 박유산 씨가 사망했다고 하더군요. 귀국 후 에스더 이모는 동대문 병원과 평양에서 줄곧 어머니를 도우며 늘 함께 하셨습니다. 아마 어머니와 서로 의지가 되셨던 것 같습니다.
이모는 늘 열심히 일했고 그 진료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여자들은 의사가 될 것을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에스더 이모는 제가 어렸을 때는 이모가 되어주었고 커서는 누나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느 날 심한 결핵환자를 치료하던 중 이모가 기침을 시작했고 그만 몸져 누워버리셨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일어나지 못하시고 ……. 돌아가셨습니다. (1910년) 그 때 에스더 이모의 나이는 34세였고 저는 감수성 예민한 17세였는데 제겐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이모와 같이 한참 일 해야 할 젊은이들이 결핵으로 죽어 간다는 사실이 저를 결핵 퇴치에 앞장서게 만들었습니다. 결핵이 사람을 잘못 고른 거지요.
그리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의과공부와 결핵을 공부하며 결핵요양원에 대한 구체적인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미국에서 의과 공부를 마치고 결핵을 전공하신 뒤 곧 바로 조선으로 선교사 파송을 받으셨다고 하시던데 그럼 아내 메리안 홀 선생님과는 언제 만나셨는지요?
메리안 홀(아내 홀): 그건 제가 이야기해 드리지요. 참 제 소개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영국에서 태어난 뒤 캐나다의 한 작은 시골 마을로 이민을 왔습니다. 그곳 시골교회엔 한 선교사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그 눈빛은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 또래의 젊은 대학생이 하는 조선에 대해 강연회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가 시골교회에 걸려 있던 사진 주인공의 아들임을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젊은 대학생에게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는 너무 기뻐하며 저와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더군요. 못이기는 척 응했지만 그가 제 평생을 같이 할 남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ꡐ 학생자원운동ꡑ 회장이었던 남편은 정열적이었고 저는 냉정하고 이성적이었습니다.
둘이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남편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저희 둘의 교제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제게 확실하게 콩깍지가 씌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시아버님이 저희 만남을 주선해 주신 셈이 되었지요. 저는 교제를 하면서 선교에 헌신하게 되었고 남편의 권유에 따라 의대에 진학하여 외과와 산부인과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셔우드 홀: 사실 제 아내가 없었더라면 그 많은 좌절을 견디어 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아내를 무척 많이 의지했습니다. 아내의 판단은 늘 옳았습니다.
참, 선생님 부부는 한국의 최초의 결핵요양원을 설립하신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설립 당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메리안 선생님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메리안 홀(아내 홀): 저희 부부가 1925년 조선에 도착하여 해주 구세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늘 결핵요양원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공중위생교육조차도 허가해 주지 않는 상황이었고 특히 기독교 냄새가 난다 싶으면 철저하게 금했습니다. 심지어는 예방접종도 허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죽했으며 당시 조선을 허가왕국(Permit Kingdom)으로 불렀겠습니까? 사기가 꺾여 낙심해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낯이 익은 한 사람이 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는 바로 저희를 괴롭히며 그렇게 허가를 해주지 않던 관리였던 것입니다. 그 아들은 심한 폐결핵에 걸린 상태였습니다.
그 관리는 애걸하며 그 외아들을 살려줄 것을 호소하였습니다. 저희는 치료하다 죽을지도 모르는 이 소년에게 요양소를 따로 마련하여 치료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결핵약도 없었기 때문에 이는 큰 모험이었습니다. 조선의 성도들은 이 아이를 위해 밤낮으로 조를 짜서 릴레이 기도를 했습니다.
몇 개월 후 놀랍게도 이 소년은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의 할아버지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는 평양에 선교기지를 개척할 당시 아버지와 당시 초기 기독교 신자였던 김창식(제 擔 홀은 그를 조선의 청년 바울이라 불렀고 그는 1901년 감리교 최초의 목사가 되었다)을 죽이려고 사형을 언도했던 행정관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김창식 씨의 아들은 남편과 함께 그 소년을 치료했던 닥터 김(김영진)이었던 것입니다. 아버지를 원수로 둔 두 아들이 그 원수의 손자를 치료하게 된 것입니다. 그 할아버지는 자신의 일을 뉘우치고 기독교인을 존경하게 되었다고 하며 돌아갔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희 부부는 결핵요양원이 하나님의 뜻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에게 대하는 태도가 호의적으로 돌아서게 되었지요. 물론 그 이후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선교위원회에서도 저희 부부를 지지해주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선의 많은 병원들이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선교위원회의 경제적 지원 없이 단독으로 요양원을 추진하라는 허락만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기독교인 독지가의 경제적 지원으로 경제적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또 해주시장은 전국의 결핵환자를 불러들여 해주가 결핵 환자로 우글거리게 될 것이라며 이를 허가해 주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친분이 있는 일본인관리의 도움으로 1928년 한국 최 各 요양원을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미국의 친지, 교우,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요양원이 번창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경제 대공황기였다고 하더군요. 은혜로 시작해서 은혜로 유지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가운데 소망을 두시고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셔우드 홀 선생님, 당시 우리나라의 결핵실태를 엿듣고 싶습니다.
셔우드 홀: 실제로 저를 찾던 환자 두 명중 한 명은 결핵 환자였습니다. 대략 다섯 명의 한 명 꼴로 결핵이 나타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때 한참 새로운 교통수단이 도입될 때였는데 결핵은 이 길을 따라 무서운 속도로 퍼졌습니다. 결핵과 싸우다 죽는 사람도 많았지만 또한 결핵이 걸린 줄 알고 자살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결핵을 불치병이라고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환자 중 친구 아펜젤러의 소개로 온 ‘형’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요양원을 찾을 때 중환자였지만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형’이는 결핵이 다 낫기 전에 자의 퇴원을 했는데 그를 본 가족들은 그를 냉대했고 차가운 광에서 따로 자게 했다고 합니다.
병이 다시 악화된 ‘형’이는 요양원을 다시 입원하고자 기다리던 중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형’이와 같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사건은 제 마음속에 상당히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크리스마스 씰의 도입이 ‘형’이의 죽음과 연관이 있었나요.
셔우드 홀: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안식년 때 ‘형’이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사람이 미국의 크리스마스 씰 운동을 보급시킨 두 사람을 만나게 주선해 주었습니다.
이 크리스마스 씰은 제 고민의 상당부분을 해소시켜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씰로 많은 사람들에게 결핵을 올바르게 인식시킬 것이며 또 씰 값을 싸게 한다면 모든 사람을 항결핵운동에 참여시키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재정적 뒷받침을 너무나도 필요로 하는 결핵퇴치 사업의 기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 씰이 미국의 결핵을 기록적으로 감소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였었습니다. 그래서 안식년을 마치고 1932년 크리스마스 씰 위원회를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우려가 잠식시키며 제가 조선에서 추방되기까지 9년간 씰 사업은 계속 번창했습니다. 그 후 잠시 중단되었다가 해주에서 저를 도왔던 달변가 문창모 박사가 주동이 되어 1949년 ‘한국 적십자회’에서 씰을 발행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씰에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은 처음에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메리안 홀(아내 홀): 제가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씰 사업을 격려하는 많은 편지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웃지 못 할 재미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씰을 구입한 어떤 사람은 밤마다 정성스럽게 가슴에 씰을 붙이고 잤지만 기침이 낫질 않는다며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씰을 약으로 착각하고 값은 얼마라도 지불 할 테니 씰약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랬군요. 참 아까 조선에서 추방되셨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메리안 홀(아내 홀): 글쎄 저희 부부도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사역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저희와 달랐던 모양입니다.
일본과 미국의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저희는 늘 감시당했습니다. 오고 가는 모든 편지는 검열 당했고 집안에 있는 사적인 기록들까지도 검열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가 미국의 스파이로 몰린 것이었습니다. 재판을 받으며 겨우 풀려 날수 있었지만 더 이상 조선에 남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1942년 다른 미국인들과 함께 쫓겨나듯 조선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마침 인도에서 저희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인도로 출발했습니다. 그곳은 파키스탄 접경지역의 해발 4000m고지의 마다(Madar)라는 곳이었는데 저희는 그곳에 있는 결핵요양원에 부임하였습니다. 그곳에서도 결핵과 싸우며 23년간 봉사하였고 인도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씰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선교사님 부부는 일본이 패망한 뒤 다시 한국 땅을 밟을 기회가 있으셨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바라셨던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선교사님과 부모님이 이루신 공적으로 인해 대우받으며 좀 더 품위 있는 선교사 생활을 할 수 있으셨을 텐데요?
셔우드 홀: 사실 많이 갈등했습니다. 무엇보다 조선은 제 고향입니다. 저는 그 곳에서 꿈을 꾸었고 꿈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어머니도 저희 부부가 송도(개성)로 가길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인도에 할 일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희가 있어야 할 자리는 인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때 개성으로 들어갔던 동료 선교사들은 공산당에게 감금되어 3년간 고생했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풀려난 것이 다행이었지요. 그럴 줄 알고 한국으로 되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저는 소원대로 한국 땅에 묻혔습니다. 아버지인 윌리엄 제임스 홀동생 에디스 홀, 어머니 로제타의 뒤를 이어 양화진에 묻혔습니다.
그해 제 아내도 제 뒤를 따랐습니다. 제가 1991년 한국 땅을 다시 밟았을 때 여러분에게 부탁했던 소원대로. 그때 제가 이렇게 이야기 했었지요 “저는 여전히 한국을 사랑합니다. 제가 죽거든 나를 절대로 미국이나 캐나다에 묻지 마시고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사랑하는 이 나라, 또한 내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누이동생이 잠들어 있는 한국 땅에 묻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 너무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홀 가족 중 처음으로 조선 땅을 밟으셨던 로제타 홀 선교사님께 마무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로제타 홀(어머니 홀): 제가 조선에 도착한 해인 1890년 어느 날 섰던 일기를 읽어드리며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나는 조선에서 내 맡은 일을 좋아하며, 나를 이곳에 보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서울의 선교사들은 부인들까지 합쳐서 25명이다. 이 숫자가 1백만의 서울 인구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조선 전 지역의 1천 1백만 명에게는…….”
이 말씀을 남기시고 소나무 향기사이로 홀 일가(Hall Family)는 홀연히 사라지셨다. 꿈같은 만남이었다. 나는 로제타 홀 선교사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다.
“선교사님, 하나님은 25명의 씨앗으로 당신 앞에 놓였던 1천만의 조선 사람들이 하나님을 아는데 이르게 하셨습니다. 선생님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땅에는 당신들에게 받은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 100년 전의 또 다른 조선으로 떠나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이 젊은이들은 당신의 일기를 보고 용기와 위안을 얻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같이 사는 것을 기뻐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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