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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아버지의 부활을 위해 세운 거대한 신전 |
| [룩소르에서 다마스쿠스까지 69/4]핫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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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묘한 석회석 바위산 밑에 수천 년간 서있는 핫셉수트 장제전 ⓒ 이승철 |
고대 이집트 파라오들의 숨겨져 있던 공동묘지 왕가의 계곡을 둘러보고 다시 길을 나섰다. 핫셉수트 장제전은 룩소르로 나오는 길목 오른편 바위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이 신전을 둘러보기 위해 매표소를 거쳐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도 예의 자동차가 끄는 작은 무궤도 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이 신전은 핫셉수트 여왕이 부왕인 투트모스1세와 자신의 부활을 위하여 스스로 건축한 유일한 신전이었다. 이 신전은 다이르알바리(Deir el Bahri) 석회암절벽 바로 아래에 3개의 단으로 건축된 거대한 석조건축물이었다.
고 대 이집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왕이 한 명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 신전의 주인공이며 제18왕조시대의 걸출한 여걸이었던 핫셉수트 여왕이다. 그녀는 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었지만 스스로 여자이기를 거부하고 남장을 한 여왕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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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제전 전면 열주에 나란히 서있는 파라오의 신상들 ⓒ 이승철 |
그녀가 왕위에 있었던 기간 동안 투트모스3세는 항상 생명의 위협과 함께 왕위를 영원히 되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는 왕권을 되찾은 후 핫셉수트 여왕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그녀가 만든 기념물에 새겨진 핫셉수트란 이름을 모조리 깎아 버렸다.
핫셉수트 장제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그녀가 왕위에 있는 동안 인근 나라들과 통상에 주력했다는 흔적이라며 커다란 향료나무가 서 있었던 자리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녀는 왕위에 있는 동안 향료를 직접 생산하여 통상에 임했다고 전한다.
장 제전을 멀리서 바라볼 때는 기묘한 형상의 석회암 바위산 아래 세워진 하나의 건축물로 보였지만 장제전은 3단의 제단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맨 아래에 있는 제단 입구 계단 옆에는 독수리 머리모양을 한 돌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이 돌기둥은 이 신전을 지키는 수호신인 셈이었다.
계단 위로 올라가면 중앙 제단 위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기둥들이 서있다. 이 기둥들은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는데, 가운데 기둥에는 오시리스 상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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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셉수트 여왕상과 부서진 장제전 오른쪽 부분 ⓒ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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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단 석축과 장제전에서 바라본 장제전 앞쪽풍경 ⓒ 이승철 |
핫셉수트여왕 자신과 부왕, 그리고 남편의 상들이다. 장제전의 중앙은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었지만 좌우 양쪽은 대부분 무너져 내리고, 기둥과 오시리스 상들도 깨지고 부서진 모습이었다.
장제전 중앙 벽에는 아직도 선명한 채색벽화가 남아 있었는데, 향료를 생산해 통상하는 것을 나타낸 그림과, 여왕이 얼굴에 수염을 붙인 그림이 있어 이채로웠다.
"저 신전 뒤편에 솟아 있는 바위 좀 보세요. 마치 곰처럼 보이지 않으세요?"
일행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은 신전 뒤편의 석회암 바위산이었다. 바위산은 정말 보는 각도에 따라 기묘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서, 여왕의 장제전을 더욱 신비경으로 이끌고 있었다.
장 제전 안과 넓은 제단 광장은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집트의 많은 유적들 중에서도 이 신전은 매우 유명한 곳이어서 수백 명에 이를 것 같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신전을 둘러보고 내려오다가 우리일행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주변에 있던 중국청년 한 명이 자신도 끼워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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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제전 열주 사이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 부부 ⓒ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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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제전 입구에 있는 여왕이 통상하던 향료나무가 있던 곳 표지(나무 밑동이 남아 있다) ⓒ 이승철 |
중국청년의 행동이 우스꽝스럽고 귀여워 우리들 자리에 끼워주자 주변에 서있던 서양청년들까지 몰려든다. 모두 재미있어 하며 그들을 받아주었다. 그러자 10여명의 각국 청년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그들 때문에 우리일행의 기념사진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뒤섞인 사진이 되고 말았다.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길 오른편으로는 부서지고 흩어진 유적의 흔적들이 널려 있었다. 그 유적들 가운데 성문처럼 보이는 커다란 구조물 한 개가 건재한 모습이었다. 이 문이 바로 제11왕조 몬투호텝(Montjuhoteph)왕의 장제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로서 부근의 핫셉수트 장제전과 함께 이곳 사람들이 성스러운 곳으로 여겼다고 전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 지명이 다이르알바리(Deir el Bahri)인데 이 말은 '북쪽사원' '성스러운 곳'이라는 뜻이란다. 이곳은 고대 이집트의 수도였던 테베의 북쪽 끝 지역에 해당하는 곳이다.
핫셉수트 여왕의 장제전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목에는 왼편 불그스레한 바위산 아래로 허름한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가게 앞을 걸어 나오는 관광객들을 호객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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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제전 벽에 있는 벽화 ⓒ 이승철 |
뱀처럼 조각한 지팡이며 우리들이 쓰는 것과 비슷한 모자들도 보인다. 아랍특유의 문양으로 염색한 스카프며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본떠 만든 조각품들, 그리고 기괴한 모양의 마스크(탈)를 파는 가게들도 있었다.
"싸요! 싸요! 빠리빠리 오세요?"
이게 무슨 소린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랍상인 한 명이 우리들이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우리말로 호객을 하는 것이었다.
"어, 저 사람들 웃기네, 우리말을 하잖아?"
그런데 그 정도로 끝이 아니었다.
"항개에 이천언! 항개에 이천언! 싸게 팝니다. 빨리빨리 오세요?"
이 아랍상인은 좀 더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 화폐 단위까지 말하고 있었다.
"어라! 저 사람 언제 우리말을 배웠지? 저 정도까지 하는데 한 개 팔아줘야지."
마음씨 착한 여성 일행 한 명이 2달러를 주고 하얀 면 스카프 한 개를 사는 것이었다. 그 일행이 스카프를 사서 손에 들고 나오자 바로 옆 가게 상인이 부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큰 소리로 떠든다.
"꼬레아! 넘버원!, 또 오세요? 마니마니 사세요."
이게 웬 말인가? 그들은 어느새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한국인들에게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우리 한국과 한국인들이 최고라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근처를 걸어 나오던 다른 외국인들은 머쓱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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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제전 제단입구 독수리상 기둥 옆에 선 필자 ⓒ 이승철 |
이런 기분 좋은 풍경은 여행 중에 여러 곳에서 보고 들어야 할 것들의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들 상인들 때문에 좋아진 기분은 나일강 근처로 나와 먹은 점심 맛에도 영향을 끼쳤다.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현지 식단인데도 불구하고 일행들은 모두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음 코스인 카르낙 신전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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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몬투호텝 3세의 장제전 입구 ⓒ 이승철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2007년 1월 22일부터 2월 3일까지 아프리카 북단의 이집트 룩소르에서부터 요르단과 시리아, 이스라엘 등 중동 3개국을 여행한 기록입니다. 크리스천으로서가 아니라 일반인의 시각으로 살펴 본 고대역사와 현재의 사회상에 대한 여행기록입니다. <오마이뉴스>에 69회에 걸쳐 연재 된 여행 기사를 이곳에 옮겨 싣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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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개에 이천언"을 외치던 상인과 가게풍경 ⓒ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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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7 수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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