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간 것 같다
왜 이리 모든 게
풍지박살 난 것 같이
손에 잡히지 않는가

자식은 태풍이다.
다녀갈 때마다
모든 게 부서진다.
부서지다 못해 황폐화.

처음 떠내 보낼 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출국장으로 웃으며 내 보내고
돌아서자마자 울었다.

두 번째 떠내 보낼 땐
돌아서서 몇 발자국 떼며
눈시울이 뜨거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지 애미는 돌아와
아이 방에 들어가서
한참 있다 눈이 뻘게져 나온다.

짧은 기간, 집에 와서
긴장을 풀은 탓인지
내내 몸살로, 그리고 급체로
고생하다 간 모습이 생각나서 ...

다소 창백한 얼굴로
출국장을 나선 모습이 아른거려
외국에서 아프면 얼마나 외로울까
그게 애처로워 연신 눈물을 훔친다.

나 역시 왜 이리 허전한가
난 그저 그 아일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뜨겁다
왜 이리 바보 같아졌을까 ...

아, 이젠 오지 말라고 해야겠다.
다시 떠나가려면 아예 오지 말라고
이래서야 어디 부모가 견뎌내겠나....
모든 게 태풍 맞은 양 풍지박살.

다녀갈 때마다
허전함은 더욱 더 커지고
자식은 더 당당(?)해 지는 느낌.
짜식, 그래 이제 네 세상이다.

내 보내는 훈련,
떠내 보내야 하는 훈련.
이젠 내게서 떨어져
독립해야 할 때가 된 가 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더 큰 세상으로
이제 아이들은 날아갈 때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알면서도 찾아드는 이 허전함.
자녀들아,
니들이 부모 마음을 아는가?

자식 낳아
기르기 전까지는 결코 모르리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