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1.1.14 목 09:50
 
 
전체기사  기사모아보기 후원방법
> 뉴스 > 교육
     
"대화를 했더라면…"
극한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누군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2008년 02월 26일 (화) 14:53:22 김종희 목사 kumjong1115@yahoo.co.kr
어느 무섭게 추운 겨울이었다. “목사 선생님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상담실에서 교육용 차트를 그리던 미술반 학생들 중에 어떤 고2 남학생이 말했다. 평소 모범생으로 통하던 친구였다. “그래, 여기는 시끄럽고 어디 가서 얘기 할까?” 이렇게 말하자, 이 학생은 “목사님, 나중에 하겠습니다”라고 하더니 다시 차트를 꺼내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예사롭게 생각했다.

그 날 복도에서 그 학생을 다시 마주쳤다. “목사님, 말해요”라고 했다. “그래” 하면서 5층 작은 소그룹 공부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곳은 평상시에 있었던 책상도 의자도 없고 콘크리트 바닥은 너무 추었다. “추워 앉을 수도 없네”했다. 그랬더니 이 학생, “목사님, 그럼 나중에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니 별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그렇게 5층에서 내려와서 서로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담을 하자던 그 학생이 학교에서 연탄불을 피어놓고 자살을 한 것이다. 형사들이 왔다. 유서에는 ‘사랑하는 여학생 집에 갔다가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 여학생 부모에게 문전박대 퇴짜 맞았다’는 내용이다. 고민하던 차에 상담이 하고 싶었는데, 목사는 그 같은 심각한 문제를 가진 학생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저 착실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학생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 교목 초년생이고 상담에 대한 문외한인 내가 결국 학생을 죽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때에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 두 번이나 말하고 싶었는데 그 때 바로 대화만 했더라면 그 같은 비극은 면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30년이 지난 지금도 누가 자살했다는 말만 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얌전하고 착실해도 심각한 문제를 가진 사람의 언로가 차단되면 죽음을 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는 누가 상담하자고 하면 열일을 제쳐놓고 응해 주었다.

한 번은 고3생으로 반장이고 체구가 아주 건장한 학생이 교목실을 찾았다. 눈을 보니 뻘겋게 충혈 됐고 얼굴이 굳은 채 살기가 등등해서 들어와서 미처 앉기도 전에 앉으면서 대뜸 하는 말이 “아버지를 죽이겠습니다” 하는 것이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거의 한 시간 동안을 그 학생의 이 얘기를 들었었다. 이 얘기 저 얘기 여러 가지 말을 했는데 마지막에 가서 한 이야기는 ‘부모님이 모두 여의도 모 교회 열심히 다니는 집사인데 매일 가정예배를 드린 후에는 아버지가 먼저 모든 식구에게 안수를 하고, 다음으로 어머니도 식구 모두에게 안수를 하는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안수를 안 받겠다고 해서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심하게 다투었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름동안이나 말도 안하고, 어머니에게 너무 가혹하게 해서, 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큰 문제는 아닌 듯싶지만 두어 시간 동안 이말 저말 해가며 대화를 했다. “나도 목사지만 부인하고 다툴 때가 있었다”는 둥 “어른의 문제에 아이들이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하는 둥.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위로하고 성경을 읽어주고 이어갔다. 대화하는 중에 그의 얼굴을 살폈다. 살기가 등등했던 그 학생의 눈에서 혈기가 빠지고 놀랍게도 학생의 입에서 이가 하얗게 보일정도로 약간의 미소가 보였다. 그리고 공장에 간 누나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한다. 무슨 전화냐고 했더니 아침에 나오면서 공장에 출근하는 누이에게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취소하는 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며칠 후에 복도에서 그 학생을 만났다 “잘 되어가냐”라고 했다.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네”하고 웃으면서 지나쳤다. 아버지에 대한 살의도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그 학생의 경우에서 체험했다.

한 번은 고1 학생이 상담실에 와서 앉아라. 해도 앉지 않고, 말도 안하고, 입은 꽉 다문 채, 앉아 있는 나에게 노트를 내민다. 노트에다가 무엇인가를 써왔는데 내밀고 선 채로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노트를 받고 학생을 앉혀놓고 자세히 읽어보니 “저녁식사 시간에 수학점수가 문제가 되어 어머님께 꾸중을 들었으니 불효자식은 죽어야 한다”는 간단한 글이다. 무언가 어머님과 아들 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구나 생각하고, 나는 그 학생을 진정시키고 한참동안 격려하고 성경말씀도 읽어주고 위로하고 돌려보냈다. 가끔 죽겠다는 학생과 대화를 한 후에는 그 다음날 아침 첫 시간 후에는 그 학생 반 출석부를 확인해야 안심하곤 하였다.

가끔 동반자살 사건이 연이어서 뒤따르는 등 전혀 상상하기도 어려운 뜻밖의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한, 베스트셀러 <화 와 힘>의 저자인 프랑스 사람 탁닛 한 스님이 “정몽헌 회장이 미리 나와 얘기라도 했으면 그렇게 뛰어내리진 않았을 텐데”라고 했다. 인생의 심각한 문제를 가진 사람 누구라도 대화를 할 기회만 가진다면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수가 있다고 하는 것이 그 스님의 생각이다.

극한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누군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겠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을 건넬 사람이 아니더라도 조용한 골방이나 혹은 수도원 같은 곳에 가서 명상을 통해서 자기 스스로에게 말하던지 또는 자기의 말할 수 없는 사정을 기도로 호소할 수 있는 신앙의 대상을 찾아가는 것이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이같이 명상이나 기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다. 새벽기도회에 매일 참석한다든가 기도원에 간다든가 하나님과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습관화 되어 크던 작던 문제가 있을 때에는 하나님과 기도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답을 듣기도 해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자살한 사람들이 평소에 이 같은 명상이나 기도하는 습관을 가졌던 사람들 같았으면 여유를 가지고 대처했을 것이 틀림이 없다. 우리 믿는 사람들은 문제가 어떠한 것이든 간에 아무리 심각하고 어려운 극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우리의 창주주이시고 우리 인생의 모든 문제를 아시고 모르시는 것이 하나도 없으신 우리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아뢰어야 한다. 우리의 모든 문제를 다 들어 주시는 하나님을 항상 곁에 모시고 사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빛을 보고 생명을 보전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 예수님을 만나 대화를 했던 사람들은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대화를 못하면 죽고 대화를 하면 산다. 말을 하면 살고 말을 안 하면 죽는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대화나 명상이나 기도가 아니더라도 모든 답변을 가지고 있는 책, 성경을 읽어라. 인생은 문제이고 하나님의 말씀은 답이다.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대화이고 성경말씀은 인간의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답변이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전 서울노회장, 경신중.고등학교 전 교목실장
김종희 목사의 다른기사 보기  
ⓒ 소리(http://www.cry.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가장 많이 읽은 뉴스
2020년 성탄절에 드리는 기도
5개 대형교회, 기도원 등 치료센터로
2020년, 교회협 10대 뉴스 선정
“Are you Jesus?”
중국 공산당, 가정 교회 급습해 예배
겨울은 용서의 계절이다.
하늘이 주신 권리
12월 선교편지
예수님과 함께
창립 60주년 맞는 홍익교회
최근 올라온 기사
1월의 선교편지
제7강 습3:14-20 시온에서 울려...
파도
파도
세계의 새해풍습 공통점
나 없이 너 없다.
자가 격리도 해 봤습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미 민주주의 심장, 시위대에 훼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와 한국교회...
편집자가 추천하는 기사
[NCCK 공동선언문 파문] 기독자교수협은?
이만희 "나는 구원자 아니다"
옥한흠 목사 장남 "오정현 목사는..."
변방 목회 40년
지금은 절망 아닌 기다림의 시기
회사소개 | 후원안내 | 저작권보호 | 광고안내 | 제휴문의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제호 크리스천웹진 소리 | 등록번호 경기도아00217 | 등록연월일 2009. 7. 3 | 발행인 김태복 | 편집인 김태복
발행소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986-1 두산위브아파트 101동 506호 | 전화 및 FAX 031-577-9411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태복
Copyright 2007 소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r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