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MBC는 유독 한국교회만 건드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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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도'가 있음은 분명…'MBC의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빌미 준 한국교회의 반성'

2008년 02월 17일 (일) 21:49:44

김용민

funronga@cry.or.kr

문화방송 ‘뉴스후’가 2월 16일에도 한국교회 내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가 “방송시에 시청거부 운동은 물론 광고 불매 운동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한국교회 언론회는 이미 “MBC에 대한 민영화 추진에 일조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터이다.

이에 대해 '뉴스후‘ 사회 윤도한 기자는 당일 방송에서 “권력 실세를 신자로 거느린 교회이기에 (시청거부, 광고 불매, 민영화 등)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교회 세습이나 불투명한 재정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사라지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비장한 어조로 대꾸했다.

한국교회 주류 지도자들이 문화방송을 ‘이기고 싶다’면 필자의 말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돌아가는, 이 구도로는 낭패를 볼 것이 분명하다. 한마디로 말해 지도자들의 사려 깊지 못 한 대응으로 MBC는 졸지에 ‘최후의 성역이자 부패의 보루인 종교권력과 일전을 벌이는 언론자유의 표상’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럴 뜻은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병법서 저술의 상징 손자(孫子)가 남긴 유명한 격언이 이 지점에서 떠오른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패(知彼知己百戰百勝不知彼不知己每戰必敗)’라는 말. 이는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지만, 자기도 모르고 남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질 것”이라는 뜻이다.

절친한 교회 언론 기자와 며칠 전 통화를 했다. 한국교회 언론회 고위 관계자가 이 기자에게 ‘혹시 언론회의 신문광고를 봤냐’고 묻더니 ‘꼭 보라. 그런 명문(名文)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자찬했다는 것이다. 정세 분석 능력이 미약해 상대(MBC)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은 고사하고, 허점 투성이의 글을 ‘옥고(玉稿)’라 자평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할 지경이다. 남을 아는 것은 둘째치고 자신의 수준도 헤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면서 어떻게 MBC를 상대로 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에 임할 수 있겠나.

한국교회 주류 지도자들이 전열을 제대로 정비하려면, 지금의 프레임, 즉 ‘언론탄압’ 대 ‘진실구현’의 대결 구도로부터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비신자는 물론 다수의 교인조차 지금의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대응 방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 분명하다. ‘한국교회가 억울하게 비방당하고 있다’라는 주장 보다는 ‘왜 빌미를 줘서 (MBC의) 이런 공격을 자초하는가’라는 논리에 좀 더 설득력을 둔다는 것이다.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담임)는 <신동아> 2007년 7월호에서 “MBC에는 빨갱이가 많아 교회를 죽이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MBC가 전사적 차원에서 불순한 의도를 갖고 한국교회를 비방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사의 아이템 선정 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주장을 쉽게 꺼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MBC의 한 관계자는 “아이템 선정은 실무 제작진의 논의 끝에 결정하는 것”이라며 “상부에서 특정 세력을 비방 또는 찬양하라며 간섭을 하는 행태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 MBC 뿐만 아니라 주요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은, 취재 및 편집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등의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률적 지원만 받을 뿐, 아이템 선정에 대한 사측으로부터의 간섭과 압력은 거의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MBC는 왜, 유독 기독교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명할까. ‘정치적 의도’는 없을까. 없을 리 없다. 이 점은 삼척동자도 잘 아는 부분이다. 지금 교회 못지않게 MBC도 전의(戰意)가 불타 있다는 것이 방송사 안팎의 분석이다. 어째서 그럴까.

첫째, ‘팩트’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태에 직면한 한국교회 주류 지도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사실 왜곡’ 부분이다. “당신들의 취재가 이 부분, 또 이 부분에서 사실과 다르다”라는 논리로 맞서야 하는 것이다. 현재 MBC의 무기는 ‘(교회의 비리와 부정한 관행을 취재한) 사실’이다. ‘사실’이라는 주장 앞에 가장 강력한 대응수가 무엇인가. ‘사실이 아니다’ 아닌가. 그러나 한국교회 주류 지도자들은 “당신들 그런 식으로 한국교회 비방하면 시청거부, 광고 불매, 민영화할 것이다”라며 ‘협박’했다.

둘째, 과거 한국교회와의 ‘악연(惡緣)’ 때문이다.

MBC 기자들에게 한국교회는 매우 곱지 않게 비춰진 대상이다. 1998년 4월 5일 '시사매거진2580'이 김홍도 목사의 의혹들을 방영한 이후 금란교회 측은 교인들을 동원해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 사옥 앞을 점거한 채 위압적 시위를 벌였다. 당시 기자들의 눈에 비친 한국교회의 초상은 ‘우리가 이 정도 힘이 있는데 까불지 마라’며 언론사를 위협하는 이 시대 마지막 성역처럼 비춰졌을지 모른다.

셋째, 침묵은 곧 직무유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MBC 기자들로 하여금 ‘혈기’를 자극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보도된 내용 그대로, 한국의 일부 교회의 행태가 너무나 한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교회이다. 이런 교회의 교인들이 자기 아들을 후임자로 세운다. 그러면 ‘내가 아니라 교인들이 결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하고 있다. 그러니까 ‘어디서 그런 허접한 형식논리를 앞세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느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게다가 일부 목사는 명백한 개인 비리가 있어서 사법적 심판까지 받은 사안을 두고 “나를 모함하는 것”이라며 이 나라의 법질서마저 농단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광경을 목격하는 기자들은 ‘저 문제를 그대로 둬야 하는가’하며 의기를 불태운다.

세상은 날로 투명해져 가고 있다. 대통령을 위시한 모든 고위 공직자들은 때마다 한 푼도 빠짐없이 재산을 공개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영세 사업자조차도 소득을 탈루했다가는 큰일 난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비리 공화국의 오명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교회는 가장 후진적이다. 불투명한 회계 처리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에 대해 문제 삼을라 치면 한국교회는 ‘세속적 판단 기준으로 교회를 재단하지 말라’는 논리로 맞선다. 너무나 궁색하다. 세속 사회에 대해 문제 삼을 때에는 교회가 더 선도적으로 투명한 다음에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지금 MBC의 ‘도전’은 ‘어디 한 번 해보자’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또한 이 논리의 이면에는 ‘우리(MBC)가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개입돼 있다.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는데다, 한국교회의 대응 논리가 딱할 정도로 허술하고, 더구나 교회 비리라는 움직일 수 없는 탄탄한 ‘팩트’가 여러 개, 현재진행형으로 살아있다는 점 때문이다. ‘MBC가 (교회 내부 문제에 천착하는 것은) 시청률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한국교회의 반박논리도 있지만 이 역시 힘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회 주류 지도자들이 그런 의미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응수는 딱 한 가지이다. MBC의 보도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내 탓이오’하는 심정으로 대오각성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스스로 백기를 들라는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사실 그렇다. 그러나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계 입문 이전 시절에 종교를 ‘서비스업’이라고 규정했다. 폄하성 발언이긴 하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교회는 교인을 하늘처럼 떠받들어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믿지 않는 자들도 마찬가지. 헌신적으로 섬겨야 한다. 서비스업인 것이다. 서비스업종에서 손님은 왕이다. 아무리 나에게 화를 돋운다 해도 끝까지 정중히 섬겨야 하는 것이다. MBC는 한국교회의 적인 것 같지만, 그 조직과 구성원은, 주님이 오시기 이전까지 한국교회가 섬겨야 할 대상 가운데 하나이다.

이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시청거부, 광고 불매, 민영화 하겠다”라며 위협하는 자세, 바람직할까. 한국교회가 진리와 양심의 표상이 아니라, 한 줌 안 되는 종교 기득권자의 버팀목으로 낙인찍혀서야 되겠나. 안 그러기 위해서는, 무흠하면서도 세상 모든 죄를 짊어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야 한다. 개중에는 ‘언제까지 당해야만 하는가’ ‘한국교회의 위신이 추락해 전도의 문이 막히면 어쩌라고’라며 항변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한국교회 언론회가 신문광고 첫 문장으로 채택한 말씀을 다 같이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32)라는.

진흙탕 싸움 대신 십자가를 지고 죽는 길을 택한다면, 그것이 정녕 영생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재론하지만, 지금 한국교회에 우선된 필요는 상식과 현실인식과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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