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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라는 이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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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병희 사모 |
2008-03-12 18:51:35 조회: 3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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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집안일을 하다가 한통의 전화를 받은적이 있다. "사모님 되시죠?" "예, 맞는데요, 무슨 일로?" "저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데요,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그제서야 나는 번지수가 틀렸음을 눈치채고, "그런 계획 없는데요"라며 성급히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곤 슬며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를 부르는 '사모'라는 호칭에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당연히 "예"라고 대답한 내 모습이 한편으로 우스웠다. 세일즈의 대상으로 모든 주부들을 추켜세울 목적으로 불러주는 그 '사모님'에는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나의 사모 경력도 이젠 10년이 훌쩍 넘어 버렸으니 타성에 젖을 만한 세월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우리 부부는 한 교회에서 한 사람은 교육전도사로 또 한사람은 교사로 같은 부서에서 봉사하던 중에 만나 가난한 신학생 신분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갓 결혼한 시댁에게 붙이어진 호칭은 그 이름도 거창한 '사모님'이었다. 결혼과 공시에 연로하신 권사님과 장로님들께서는 '이선생'대신에 깍듯이 '사모님'이라고 불러주시는 것이 아니가? 그때의 그 호칭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에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이 더하여져서 교회 생활이 갑자기 어려워졌다.
본 교회였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 불리어지는 호칭은 가지각색이었다. 사석에서는 '누나'였다가 '사모님'으로 번복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선생님'으로, 선배나 친구들 중에는 갑작스런 '사모님'이라는 말이 어색하니까 '저기'라고 모호한 부름을 쓰기도 하였다. 더러는 장난삼아 '싸모님'이라고 부르거나 원래 이름을 쉽게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은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나도 모르게 '사모'처럼 대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결혼한 그 해로 교회를 사임하고 떠나기 전까지는 그곳에서의 나는 '사모'라는 이름보다는 그 이전의 나로 보라주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더 좋았다. 아직도 청바지가 더 편하던 20대에 '사모님'은 너무 무거운 이름이었다. 그렇게 어색하던 초년시절을 보내고 본토를 떠나 새로운 임지로 떠나게 되자 본격적인 '사모'시대가 시작되었다. 그곳에서는 오직 교육전도사의 사모라는 이름으로만 불리어지게 되었다.
어찌보면 그때부터 나의 '사모수업'은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로, 성가대로, 청년부의 임원으로 신앙생활의 기쁨을 누렸던 것은 그야말로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아! 옛날이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남편은 전도사 시절 개척교회로부터 중대형교회들을 두루 거쳤는데 어느 곳에서 건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사모'라는 이름이 굴레처럼 씌워져서 신앙생활에 참 자유함을 누릴 수 없었다. 교회 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쭈삣대는 나 자신의 모습이 싫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야말로 내가 설 자리가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어정쩡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만큼 부사역자 사모는 어정쩡한 자리였다.
또한 남편 덕분에 사모라는 직분(?)은 받았지만 나의 내면에서는 '진정 사모로 불려질 만한 자질이 있는가?' 에 대한 끝없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나에게는 '사모님'하면 각인 되어진 한 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내가 신앙생활을 했던 Hry회 C사모님이셨다. 그분은 서른을 갓 넘기셨던 나이에 담임목사 사모가 되셔서 주일이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시고 교인들을 맞이하셨다. 주중이면 새벽기도에 철야기도와 갖은 심방뿐 아니라 신유의 은사까지 받으셔서 병든 교우들을 돌보시느라 늘 바쁘셨다.
쉰을 넘기신 지금까지 그분의 교회를 향한 헌신과 열심은 변함 없으시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사소한 일에도 사모님을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때로는 이런저런 소문으로 시달리기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모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남편이 부사역자로 사역을 하고 있을 때에는 사모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못해서 갈등하고 회의하기는 하였지만, 영혼을 향한 영적인 부담감이나 사모로서의 위치가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모는 무풍지대가 될 수도 있었다. 다 역시 '이대로가 좋사오니'하는 심정으로 안주하고픈 생각이 유혹처럼 슬그머니 찾아들 즈음, 남편은 개척의 부푼 꿈을 안고 이곳저곳 개척지를 물색하러 뛰어다니기 시작하였다. 두사람이 함께 전적인 헌신과 동역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사실 피해가고 싶었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시기라도 늦춰지기를 바랐던 그 일은 나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어서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었다. 이제는 더 피해 갈 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진짜 사모라는 이름의 무게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주님께서 내게 붙여주신 그 이름을...
(고양홍익교회 담임목사 사모) |
2008-03-12 18:51:35
121.xxx.xxx.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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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121.xxx.xxx.242) 2008-05-06 04:5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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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인간 아무개의 정체성이 더 먼저일 듯 싶습니다.
소시적에 교회 사역을 시작할때 저의 솔직한 기도 제목이 무엇이였는지 아십니까?" 주여 저의 길을 주십시오" 였지요. 젖먹는 아기를 데리고 3일 금식하며 청파동 중풍으로 앓고 계시는 중직의 부인을 위해 심방을 하며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 주여, 저의 길이 이처럼 힘든 길이라면 앞길을 달려갈 자신이 없사오니 지금 천국으로 가고 싶습니다" 라는 기도를 드리며 청파동을 향했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 주신 마음의 음성이" 얘야, 널 부르신 부르심의 소망이 있단다" 이 말씀을 찾아 내려고 바울 서신을 삿삿이 뒤져서 엡 1장 18절 이하의 말씀을 받았지요. '나를 부르신 주님의 소망' '그것이 무엇이냐고 집요하게 주님께 여쭈어 보았단 기억이 있습니다." 태도의 아름다움을 견지하며 나아가는 각자의 길 ... 조화와 질서외에 discord와 frustration은 전혀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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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4.17 수 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