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뭐 이런 걸 주십니까? |
|
| 작성자 : 오가네 |
2008-01-24 11:11:42 조회: 10836 |
|
|
|
뭐 이런 걸 주십니까?
이신규 (서울노회 총무)
「가」라는 글자로 된 다음 5개의 문장을 읽고 각각 해석해 보라.
「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위에 열거한 5개를 해석하였다면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 해석은 다음과 같다.
「가」: 가나다라의 첫 소리, 가라고 하는 명령형.
「가가」: 가지고 가라의 준 말, 그 사람 혹은 그 얘냐? 라는 뜻의 방언.
「가가가」: 가라고 하는 명령의 강조형.
「가가가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냐? 라는 뜻의 방언.
「가가가가가」: 그 사람이 ‘가’씨 성을 가진 사람이냐?
같은 말이라도 글로 적어 놓으면 그 뜻이 난감한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그 단어가 사용된 상황과 표현과 억양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경상도 아가씨와 서울 총각이 막 교제를 시작할 때의 이야기이다.
남자가 데이트를 신청하였겠다.
‘언제 한 번 저를 만나 주시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여자가 토끼처럼 놀란 눈으로 대답하였다.
‘언제에’
남자는 토요일 오후가 좋겠다고 생각하고 말하였다.
‘어데에’
남자는 흔쾌히 생각하고 살며시 그녀의 손목을 잡으면서 남산 팔각정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그런데 총각의 손을 뿌리치며 돌아 온 대답은 의외였다.
‘와이카노 참말로’ 여자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본 것이다.
사실, 경상도 아가씨의 말은 둘 다 거부의 뜻을 가진 대답이었다. 여자는 싫다는 뜻을 완곡하게 표현하였는데 남자는 여자의 대답을 시간과 장소로 해석한 것이다.
한 집에 사는 부부라도 서로 다른 언어의 습관, 이질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 온 때문에 가끔 충돌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새터민(탈북자)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일 없수다.」하는 말을 이제는 자주 들어서 잘 알겠지만 북한 주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들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 없수다의 뜻은 ‘괜찮다. 별 말씀을 ...’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은혜를 바라거나 감사를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람도 있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더라도 은혜와 감사를 쉽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사를 나타내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몇몇 교역자들이 자기 교회 교인들과 함께 새터민이 있는 곳을 방문하고 그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전달하였다. 그런데 물건을 손에 받아 든 새터민들의 입에서 들은 말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다시 방문하거나 전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본인이나 교인들의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름 아니다.
‘뭐 이런 걸 주십네까?’
그냥 ‘고맙습니다.’ 라고 대답을 하였다면 오해가 없었을 것이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표현은 우리네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새터민들이 ‘뭐 이런 걸 주십네까?’ 하는 말도 그 뜻은 고마움의 한 표현임을 이해하였으면 한다. 언뜻 듣기에는 그 말이 ‘뭐 이런 시시한 것을 나한테 주느냐?’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해석은 틀린 해석이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좋은 것을 주었는데 당신이 나한테 주는 선물(대접)은 내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고 무시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천만 한 해석이다.
상대는 고맙다고 하는 말인데도,
그 말을 받는 사람이 해석 잘못으로 오해를 가지는 일이 이 일 뿐일까?
상대방의 심정으로 이해하면 오해와 분쟁을 일으킬 일도 없을 것이다. |
2008-01-24 11:11:42
124.xxx.xxx.70 |
-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기간(5월 20일 ~ 6월 1일)동안 게시물 작성을 금지합니다. 독자여러분의 양해부탁드립니다.
|
|
|
이승철 (218.xxx.xxx.22) 2008-02-02 16:17:16  |
|
|
| 역시 이 목사님, 벌써 들어오셔서 이렇게 재미 있는 글을 올려놓으시고 ㅎㅎㅎ 반갑습니다 |
|
|
|
|
|
편집 :
2024.4.20 토 19:21 
